정의기억연대(정의연) 서울 마포구 쉼터에서 지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32) 할머니의 요양 보호사들이 길 할머니 지원금이 빼돌려졌다는 양아들 황선희(61) 목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는 정의연 마포 쉼터 ‘평화의 우리 집’에서 최근까지 일한 요양보호사 A씨와 B씨의 말을 인용해 길 할머니 양아들 황 목사가 매주 빈손으로 쉼터를 찾아와 할머니로부터 돈을 받아갔고 할머니의 돈 중 적잖은 금액이 황 목사에게 꾸준히 전달됐다고 주장했다고 20일 보도했다.
황 목사는 지난달 정의연 회계 문제가 불거지고 쉼터 소장 손모씨(60)가 지난 6일 숨지자 자신이 길 할머니를 모시겠다며 11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천 연수구의 한 교회로 할머니를 데려갔다. 이후 일부 매체는 황 목사의 부인 조모씨의 말을 인용해 ‘길 할머니가 매달 받던 지원금이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으며 이를 알게 된 조씨가 손 소장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손 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러나 요양보호사들은 되레 황 목사 측에서 지속해서 길 할머니의 돈을 가져갔다는 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A씨는 정의연의 정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시절인 2013년 쉼터에 채용돼 최근까지 일했다. 모 입주간병업체 소속인 B씨는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길 할머니를 돌봤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황 목사는 매주 한 차례 마포 쉼터를 찾아와 30분에서 1시간가량 길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갔다. A씨는 연합뉴스에 “길 할머니는 항상 주머니에 현금이 없으면 불안 해했다”며 “그래서 늘 양 호주머니에 현금을 채워 놓으셨다. 그 돈을 아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와 거의 다 가져갔다”고 말했다. 황 목사는 이 외에도 매달 60만 원을 할머니로부터 정기적으로 받았다고 A씨는 전했다.
황 목사에게 들어간 길 할머니의 돈은 매달 100만원 가량이었다고 한다. 정의연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길 할머니가 받은 여성가족부, 서울시 지원금, 노령연금과 기초생활 수급 급여 등을 모두 더한 금액은 약 350만 원이다.
B씨도 황 목사를 두고 “보통 어머니를 뵈러 오면 과일 하나라도 사 올 줄 알았는데 거의 빈손으로 왔다”며 “할머니가 돈이 없었다면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황 목사는 지난달 정의연 회계 문제가 불거지고 검찰이 정의연 사무실과 마포 쉼터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하자 할머니를 자신이 모시겠다고 나섰다.
그전까지 정식으로 길 할머니 양자로 입적하지 않았던 황 목사는 지난달 말 길 할머니의 호적에 이름을 올렸다. 입적 절차를 마친 지난 1일에는 손 소장을 만나 손 소장 명의 통장에 보관하고 있던 돈 3000만 원을 2차례에 걸쳐 송금받았다. 이는 실향민인 길 할머니가 통일되면 북한에 교회를 세우려고 소 소장에게 부탁해 보관하고 있던 돈이었다고 정의연 측은 설명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