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출 의혹’ 유준원 상상인 대표와 변호인이 구속된 이유

입력 2020-06-20 07:35
뉴시스

불법대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유준원(46) 상상인그룹 대표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법원은 유 대표의 범죄 혐의가 중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상상인그룹 주가방어 개입 의혹을 받는 유 대표의 법률 대리인 박모 변호사도 함께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김태균 영장전단 부장판사는 19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유 대표와 검찰 출신 박모 변호사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혐의 사실이 소명된다”며 “소명된 범죄혐의사실에 의해 피의자들의 행위는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크게 훼손한 것으로 사안이 중하다”며 “범죄사실에 대한 피의자들의 지위와 역할, 가담정도 및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보면 구속의 사유(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김형근)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등 혐의로 유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상상인그룹 주식을 사들여 주가 방어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 박 변호사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유 대표 등은 영장실질심사는 19일 오전 10시45분부터 시작해 오후 11시30분까지 진행됐다.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유 대표는 ‘WFM 등에 전환 사채 담보로 불법 대출을 해줬다는 혐의를 인정하시나’, ‘의도적으로 공시누락을 해줬다는 건 인정하나’ 등 취재진 질문에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한 뒤 법원으로 향했다. 뒤 늦게 도착한 박 변호사는 ‘유준원 대표 부탁 받고 주가 방어를 위해 주식 사들였다는 혐의 인정하시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밖의 질문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유 대표는 상상인저축은행과 자회사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친인척이 운용하는 펀드에서 인수한 회사인 더블유에프엠(WFM)을 비롯한 다수 업체에 금융 당국의 허가 없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담보로 대출해주면서 5%이상의 지분을 취득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사업자증록증을 보유한 개인에게 사업자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 법률상 대출 한도인 8억원을 초과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 과정에서 상상인저축은행 등이 재무구조가 부실해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한계기업’들이 발행한 전환사채(CB)에 투자하는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또 한계기업들이 담보 대출을 받을 때 CB 발생 사실을 누락하는 등 제대로 공시하지 않는 점도 눈여겨보고 있다. 유 대표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대출을 해준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CB발행 사실을 공시하지 않아 우량기업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투자자가 몰리면 공시 여부를 제대로 모르고 투자한 소액 주주들 입장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변호사는 2018년 3월~2019년 8월 차명법인 자금 등을 이용해 수백억 원 상당의 상상인 그룹 주식을 사들여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사 의회를 받아 지난해 11월 상상인저축은행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 4월 상상인그룹 본사 사무실을 자차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이어왔다. 최근 유 대표와 박 변호사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