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비의 새 선픽 카드 트페

입력 2020-06-20 01:47

DRX ‘쵸비’ 정지훈은 서머 시즌 6세트를 치르는 동안 선픽(밴픽 상황에서 상대 라이너보다 먼저 챔피언을 고르는 것)을 3번, 후픽을 3번 했다. 그중 선픽을 했을 땐 모두 같은 챔피언을 골랐다. 트위스티드 페이트(트페)다. 올 시즌 처음 선보인 카드로 그는 2승1패를 기록 중이다.

DRX는 19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정규 시즌 1라운드 경기에서 젠지를 세트스코어 2대 1로 잡았다. 정지훈은 1세트 트페로, 3세트 르블랑으로 플레이어 오브 게임(POG)을 독식했다. DRX는 2승0패(세트득실 +2)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국민일보는 경기 후 정지훈과 만나 트페를 고른 이유와 챔피언에 대한 평가 등을 물어봤다.

-트페를 두 경기 연속 선픽 카드로 뽑았다
“지금 메타에서는 그 판단이 맞는 것 같다. 요즘 ‘죽음의 무도’ 패치로 원거리 딜러 간 캐리 싸움이 많이 나온다. 원거리 딜러가 잘 큰 쪽이 이기는 메타다. 그리고 트페는 바텀에 힘을 실어줄 방법이 많은 챔피언이다.”

-기존 챔피언 풀에 없던 챔피언 아닌가. 숙련도에 대한 자신감은. 트페를 꺼내게 된 계기는
“숙련도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선픽으로 골라도 어떤 챔피언이든 잘 상대할 만큼은 되는 것 같다. 챔피언 연구 계기는 솔로 랭크다. 내가 아무리 라인에서 이득을 챙겨도 상대 트페의 로밍을 막을 수가 없더라. 그래서 직접 해봤다. 왜 그렇게 되는지를 알겠더라.”

-오늘 챌린저스에선 트페를 잡기 위해 전통의 카운터 픽으로 불리는 제드가 나왔다
“나도 그 경기를 봤다. 제드 대 트페 구도는 실전에서 경험해보지 못해 함부로 말을 못 하겠다. 나도 제드를 연습 중이다.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칼을 갈고 있다.”

-제드를 연습 중이라고? 기자는 ‘롤잘알’은 아니지만 제드를 소위 ‘똥챔’으로 알고 있다
“프로 무대에서 ‘천고’라는 소환사명으로 활동했던 ‘율천고최현우’가 제드를 솔로 랭크에서 쓴다. 요즘 소환사명은 ‘ZED99’다. 이 선수와 솔로 랭크에서 같은 팀이 될 때가 있다. 게임 시간이 20분을 넘어가면 혼자 캐리하더라. 이런 챔피언으로도 잘할 수 있고, 랭크 점수를 높일 수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제드가 똥챔이라는 편견을 깼다. 지금은 나도 연습 중이다.”

-트페는 제드 말고도 대부분의 암살자 챔피언들에 약하단 이미지가 있다
“사용자의 트페 이해도가 높으면 암살자 챔피언도 잘 상대할 수 있다. 그런데 사용자의 숙련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암살자한테 잡아먹힌다.”

-아이템 트리도 인상 깊었다. 1세트 때 ‘헤르메스의 발걸음’을 코어 아이템보다 먼저 사던데
“상대 챔피언이 뭐였나?”

-오리아나였다
“오라아나는 논-타게팅 스킬 위주로 조종하는 챔피언이다. 스킬 피격률을 낮추기 위해 이동속도를 높이고자 했다. 또한 오리아나는 스킬 대미지가 강력하다. 입는 대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헤르메스의 발걸음을 먼저 샀다.”
2020 LCK 서머 시즌 DRX 대 젠지전 1세트 화면 갈무리

-고속연사포를 사거나, 사려 한 것도 특이했다. 도벽 트페와 함께 사장된 아이템 트리 아닌지
“2세트 때는 주문력을 올려도 상대에게 딜을 넣을 상황이 나오지 않아서 그랬다. 1세트는 내가 고속연사포를 갖췄을 때 상대가 내 기본공격 사거리 안에서 싸워야 하는 구도였다. ‘카드 뽑기(W)’의 골드 카드 재사용 대기시간이 2초였다. 상대 입장에서 위험한 상황이 자주 나왔고, 나는 존야의 모래시계로 한 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무조건 살 만한 상황이었다.”

-유독 기술을 맞추고 또 회피하는 플레이를 선호하는 것 같다
“나는 일부러 상대의 스킬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 페이크를 주고, 그렇게 해서 상대의 주요 스킬을 낭비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 플레이를 해야 할 때와 안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심리전을 유도하는 편이다.”

-신드라가 LPL에선 1티어 챔피언인데, LCK에선 조금 다르게 보는 것 같다
“신드라를 상대할 챔피언이 없다면 1티어로 평가하겠지만, 나는 아직 신드라를 상대할 챔피언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신드라 유저가 압박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팀원들이 시야를 잡아주거나 정글러가 붙어줘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했다가 자원이 허투루 빠지는 경우가 있다.
또한 신드라는 논-타겟팅 스킬 위주의 챔피언 아닌가. 사용자의 컨디션이 안 좋으면 아무래도 스킬 적중률이 떨어질 수 있다.”

-우승 경쟁상대인 두 팀을 연이어 잡았다
“승부욕도 작용했을 거고, 지난 시즌 패배에 대한 분석도 효과가 있었다.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다.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 ‘비디디’ 곽보성 선수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했다. 이제 ‘쇼메이커’ 허수 선수만 잘 상대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하필 ‘페이커’ ‘비디디’ ‘쇼메이커’인가
“현재 LCK에서 가장 폼이 좋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다. 실제로 올 시즌 성적을 잘 낼 것 같은 선수들이기도 하다. 그들을 상대로 하는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다음주엔 샌드박스와 아프리카를 상대한다
“T1과 젠지를 잡아 마음가짐이 풀릴 수 있다. 그 점을 의식해 마음가짐이 흐트러지지 않게끔 열심히 노력하겠다. 좋은 시작에 성공했으니 좋은 마무리도 할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