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남북관계 경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9일 이임식을 하고 1년 2개월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김 장관은 이날 이임사에서 최근 남북관계 위기에 대해 “(남북이) 실망과 증오의 감정을 주고받는 현재 상황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결코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에는 치유할 상처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상처를 덧붙이면 치유는 그만큼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멈춰야 한다”며 “저의 물러남이 잠시 멈춤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통일부 직원들에게는 미안함을 표했다. 그는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고생하는 여러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였다”며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다”고 토로했다. 통일부의 제한적 권한으로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이다.
김 장관은 중국 영화 ‘인생’ 속 대사 “살아있으면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넘어지지 않고 고비를 견디면 기회가 올 것이다. 저의 사임이 지금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쇄신하고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다음 날인 지난 17일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전격 사의를 표했다. 남측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북한은 금강산 관광지구·개성공단 지역·비무장지대(DMZ)의 군부대 재주둔 등 군사행동을 예고하며 대남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