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선두에 섰던 미국 행정부의 핵심 3인방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폭로 회고록을 계기로 완전히 갈라섰다. 볼턴의 핵폭탄급 폭로가 나오자마자 극렬 반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까지 막말 대열에 합류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회고록 출간을 앞둔 볼턴 전 보좌관을 향해 “미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반역자”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이날 이메일로 배포한 성명에서 “책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발췌록에서 존 볼턴은 수많은 거짓말과 절반의 진실 그리고 명백한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존 볼턴의 공직자로서의 마지막 역할이 국민들에 대한 신성한 신뢰를 저버려 미국의 이미지를 훼손한 배신자라는 것은 슬프고 또 한편으로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있는 우리의 친구들에게: 당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세계에서 선을 위한 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오는 23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폭로를 담은 신간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을 낼 예정이다. 이 책에는 2018년 4월부터 1년 반 동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볼턴이 백악관의 속살을 폭로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내용이 담겨있다. ‘슈퍼 매파’로 꼽히는 볼턴은 외교·안보 정책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다 지난해 9월 경질됐다.
출간 전 발췌록 일부가 공개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재선을 도와달라고 했다거나 2018년 6월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낚였다’(hooked)고 비판해 일약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발췌록은 지난 17일부터 CNN·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을 통해 하나씩 공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췌록 내용이 폭로되자마자 볼턴을 ‘언짢고 지루한 바보’ ‘괴짜·전쟁광·무능력자’라고 칭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백악관이 직접 나서 법무부·법무부 장관 명의로 ‘출간을 연기해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백악관에서 가진 인터뷰 시간의 상당 부분을 볼턴 전 보좌관 비판에 할애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가 볼턴에게서 좋아하는 유일한 것은 모두가 ‘그는 미쳤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라며 “그와 함께 걸어 들어가면 훌륭한 협상 위치에 오를 수 있다. 볼턴이 거기 있으면 상대방이 ‘저들은 전쟁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