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 제작사가 중국 동포에게 사과했다. 특정 집단을 부정적으로 묘사해 소외감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법원이 화해 권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외국인 집단에 대한 부정적 묘사를 했다면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사법부 최초 판단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2부 지난 3월 중국 동포 김모씨 외 61명이 영화 제작사 ‘무비락’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영화 ‘청년경찰’은 경찰대학교 학생 두 명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납치 사건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이들은 우연히 한 여성이 납치되는 상황을 목격하고 신체 장기매매 범죄 조직과 마주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림동을 우범지역으로 묘사했다. 중국 동포는 이후 집회를 열고 “우리를 범죄집단처럼 혐오스럽고 사회의 악처럼 보이도록 하는 영화 제작을 삼가달라”고 소리쳤다.
이중 60여명은 제작사에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고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선 인종차별적 혐오표현물인 영화 ‘청년경찰’을 상영해 인격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의 침해를 입었으니 정신적 손해에 대해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제작사에게 악의가 없는 것으로 봤다. 당시 재판부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기초로 제작됐고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제작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영화 내용이 관객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이 혐오스러운 조선족 집단에 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원소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법리적 판단 대신 제작사에게 사과를 권고했다. 재판부는 “본의 아니게 조선족 동포에 대한 부정적 묘사로 인해 불편함과 소외감 등을 느꼈을 김씨 등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라”며 “앞으로 영화를 제작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반감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혐오 표현은 없는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할 것을 약속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감독은 의도와 다르게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에게 송구하다는 얘기를 전했었다”며 “제작사는 본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사과 의사를 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판결했다.
이후 제작사는 “본의 아니게 조선족 동포에 대한 부정적 묘사로 인해 불편함과 소외감 등을 느꼈을 김씨 등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다”며 “영화를 제작할 때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반감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혐오 표현은 없는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할 것을 약속 드린다”고 사과했다.
중국 동포 측은 “그동안 영화를 비롯한 미디어와 언론에서 조선족 동포를 비롯한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혐오적 묘사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해오는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이번 법원 결정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