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학기 수업 전부를 온라인으로 진행한 일부 대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요구하는 혈서를 공개했다. 한 학생은 “학교 측이 ‘논의를 하고 싶다면 혈서라도 쓰고 오라’더라”며 동참 이유를 밝혔다.
한양대학교 사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대학생 A씨는 지난 17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등록금 반환 대신 혈서가 필요하다고?’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여기에는 ‘등록금 반환’ ‘대면 시험 반대’라는 글귀가 담긴 혈서 사진이 함께 첨부됐다.
A씨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해당 게시물을 올리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이전부터 학생들이 문제제기하고 논의를 하자는 제안을 학교 측에 해왔다”며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그런 걸 논의하고 싶다면 혈서라도 쓰고 오라’는 충격적인 말이었다. 대학 행정 관계자가 ‘혈서’라는 단어를 정확히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히 어느 정도 들었을 테니 얼마 돌려달라고 얘기하는 건 논리적이지 않다”며 “합리적인 등록금 환수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 측이 이번 학기 실비와 이전까지의 평시 실비가 어떻게 다른지 세출을 내야 하고, 학생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서로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수업이라고 해서 비용이 절감된 게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천재지변이다’라는 학교 측 반박에 대해서는 “천재지변이 맞다. 그러나 학교의 잘못이 없다고 얘기한다면 ‘등록금 전부를 내면서 학교에 다닌 학생 탓인가’라는 반문을 할 수밖에 없다”며 “여러 학교가 경비·미화 노동 등 인력 감축을 많이 했다. 학생들이 없으니 전기세도 덜 들 거다. 그런데도 똑같이 운영됐으니 믿으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나서서라도 지원금 형태로 등록금을 반환해줘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A씨는 “국가가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학교도 적절하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생 개개인의 문제로 본다면 부정적일 수 있지만, 가계 비중에서 학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확인한다면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