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목 잡은 것까지만…” ‘장롱시신’ 피의자의 변명

입력 2020-06-19 13:52
피의자 허모씨. 연합뉴스, 뉴시스

자신의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집 장롱 속에 은닉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재판에서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19일 오전 존속살해, 사체은닉,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허모(42)씨와 범인도피 혐의로 불구속된 내연녀 한모(44)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허씨 측 변호인은 “허씨가 어머니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살해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허씨가 술을 마시고 돌아와 자는데 어머니가 깨워서 잔소리를 했다”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허씨는 어머니의 목을 잡은 것까지 기억하는데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들을 살해한 것과 사체를 은닉한 혐의 등은 인정했다.

한씨 측 변호인은 “허씨가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한씨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한씨는 범행 후 도주한 허씨를 숨겨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허씨는 지난 1월 서울 동작구 한 빌라에서 어머니 A씨(70)와 아들 B군(12)을 살해한 뒤 시신을 감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달 27일 허씨 형수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자택에서 A씨와 B군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당시 시신 2구는 비닐에 싸인 채 장롱 안에 은닉돼 있었다.

허씨는 범행 직후 두 사람의 시신을 장롱에 넣어둔 채 한씨와 수일간 지내다 시신이 부패해 냄새가 나자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사실을 알게 된 허씨는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했지만 3일 만에 서울의 한 모텔에서 검거됐다. 한씨 역시 같은 곳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허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1월 어머니와 금전 문제로 다투다가 어머니를 살해했다”며 “아들이 혼자 남을 바에 죽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고 있던 아들까지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허씨가 한씨까지 살해하려 한 정황을 포착했고 그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허씨는 자신의 죄가 발각될까봐 함께 모텔에 머물던 한씨를 살해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