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퇴근길 정체로 꽉 막힌 울산의 한 도로. 생사가 오가던 60대 응급환자를 태운 119구급차는 바삐 병원으로 향하던 중이었습니다. 구급차는 사이렌을 울리며 재촉해보지만 퇴근길 정체로 도로에 발이 묶였습니다. 이때 한 대의 오토바이가 구급차 앞으로 나타났고 이내 도로에선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구급차 앞에 나선 이 오토바이는 차량 사이를 가로지르며 도로 위 운전자들을 향해 길을 양보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차들은 양옆으로 갈라지며 ‘모세의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이 오토바이는 병원까지 구급차를 호위했습니다.
당시 구급차에 탔던 화정119안전센터 류준상 소방사의 말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6시15분쯤 응급환자를 동강병원으로 이송하던 화정119안전센터 구급차는 울산 중구 성남동 강북로에서 극심한 차량 정체를 맞닥뜨렸습니다.
구급차에는 건물 지하에서 페인트 작업 중 실신한 60대 환자가 타고 있었습니다. 한시가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도로는 퇴근길 차들로 꽉 막혀 신속한 이송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배달 대행 오토바이를 몰던 한 운전자가 구급차 앞으로 나와 앞선 차량 운전자들에게 상황을 알리며 길 터주기를 유도했습니다. 상황을 전달받은 차량 운전자들은 하나둘씩 구급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텄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당시 어떤 마음으로 선행에 나선 것일까요. 먼저 나서서 선행을 베푼 오토바이 운전자 정영교(28)씨와의 통화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영교씨는 “당시엔 치킨을 배달하기 위해 가게로 가는 상황이었는데 위급해 보이는 구급차가 퇴근 시간 교통체증으로 길이 막힌 걸 보고서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다”며 “구급차의 앞선 차들도 어느 방향으로 길을 터줘야 하는지 확신이 없어 보여 나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금요일 저녁이라 갈길이 바빴지만 2010년 교통사고를 당했던 기억이 떠올라 구급차가 빨리 갈 수 있도록 앞장서서 인도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꾸준히 해오던 정씨는 선수의 꿈을 키웠지만 2010년 교통사고로 인해 태권도의 길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정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일이었는데 이렇게 큰 관심을 받게 돼 놀랐다”며 “이후 구급대원 분이 감사 인사를 전하셔서 뿌듯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영교씨의 도움과 시민들의 배려로 구급차는 1시간이 걸릴 거리를 20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제때 병원에 도착한 환자는 건강을 회복하고 병원에서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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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