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잘챙기는 자상한 가장” 문 대통령 비꼰 진중권

입력 2020-06-19 13:14
문재인 대통령(좌)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대북 관련 발언 중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우)가 2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안철수와 함께 만드는 신당 발기인대회 2부 행사로 열린 강연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에 참석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죄 판결에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여권의 목소리가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명숙 사건 재수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VIP(문재인 대통령) 숙원사업으로 보인다. VIP가 대표 시절 재심을 주장한 바 있다”며 “재심이 가능하지 않고, 본인도 원하지 않는데, 갑자기 전과자들 줄줄이 증인으로 내세워 저렇게 이슈를 띄우는 건 검찰을 때려 적당한 도덕적 명분을 만든 뒤 사면을 해주려는 계획일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진 전 교수는 이어 사면의 목적은 ‘한 전 총리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것’으로 봤다. 그는 “이미 70대 후반에 접어든 분을 사면해 다시 정치적으로 기용할 것 같지는 않다”라며 “이분이 친노에는 ‘어머니’ 같은 존재다. 검찰의 별건 수사에 걸렸으니 억울하기는 할 거다. (사면으로) 그 억울함을 풀어드릴 수는 있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제 식구는 잘 챙긴다. 자상한 가장이다”라며 비꼬듯 글을 맺었다.

진 전 교수는 이 글에서 여권이 검찰을 무력화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 관례를 깨고 무리하게 법사위원장을 차지한 것, 그 위원장에 법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윤호중을 앉힌 것, 거기에 김용민과 김남국 등 이른바 ‘조국 키즈’를 배치한 것, 소환 0순위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꼽은 것 등은 집권 후반기에 정권을 향한 검찰의 칼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열린민주당과 합치면 의석 180석으로 시간은 좀 걸려도 패스트트랙 태워 통과시키는 데에는 지장이 없으니, 이게 이른바 ‘개혁’이라 불리는 법안의 통과만을 위한 행보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미 수사 중이거나 기소 중인 비리, 혹은 정권 말기에 으레 터져 나오곤 하는 비리에 대비하여 검찰의 손을 묶어두려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8월 2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진 전 교수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한 전 총리 진상 조사를 꺼내는 여권을 비판했다. 그는 “(문제가 되는 고(故) 한만호씨의) 비망록은 이미 재판에 증거물로 제시되어 법정에서 검증을 거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서 3억원에 대해서는 대법관 전원의 만장일치로 유죄가 인정됐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이의가 있다면, 당정이 나설 일이 아니라 한 전 총리 자신이 새로운 증거와 함께 법원에 재심을 신청하면 된다”며 “그리고 국민 앞에 왜 한만호의 1억짜리 수표가 그와 아무 관계가 없는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 대금으로 사용됐는지 해명하면 그만”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마지막으로 “추미애 장관님이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해 주시면 더 좋다”며 “이 사람들, 세계를 날조하는 데에는 도가 텄다”고 글을 맺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