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은 한국 사회 내 차별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침해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비중도 절반을 넘었다. 인권침해·차별이 발생하기 쉬운 장소로는 ‘직장’이 1순위로 꼽혔는데, 조사를 진행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가 인권침해와 차별에 취약하다면 이는 당위·이상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현실의 문제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인권위는 19일 지난해 처음 실시한 ‘2019년 국가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8~9월 전국 성인 남녀 1만3077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69.1%가 ‘한국에서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인권침해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54.0%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국민이 느끼는 인권침해·차별은 대부분 일터와 관련돼 있었다. 인권침해와 차별이 발생하기 쉬운 장소를 묻는 질문에 32.6%가 직장을 1순위로 꼽았다. 인권침해·차별의 가해자로 가장 많이 지목된 유형 역시 직장상사(17.1%)였다. 차별의 이유는 성별, 나이, 경제적 지위, 고용형태, 학력·학벌 순으로 나타났는데, 인권위는 “이런 이유는 모두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차별이 발생한다는 응답도 많았다. 인권침해·차별이 많이 발생하는 상황을 묻는 질문에 28.6%가 ‘구직·취업할 때’라고 답했다. 인권위는 “대부분의 문항에서 일관적으로 노동시장 입직구, 그리고 직장에서 인권침해와 차별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인권침해·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지만, 본인의 인권은 대체로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1.3%는 본인의 인권이 존중받고 있다고 답했고, 28.7%는 존중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인권침해나 차별을 당하기 쉬운 조건에 대해서는 빈곤층(29.6%)이 가장 많이 꼽혔고, 학력·학벌이 낮은 사람(18.9%), 전과자(16.2%), 비정규직(12.9%)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62.4%는 한국의 인권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조사결과를 한국 사회 인권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인권의 보호와 실현을 위한 기본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인권위는 “정책입안자와 결정자들이 인권 취약 분야 및 취약집단 파악을 통해 새로운 인권정책 수립 및 기존 정책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근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