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 임진강변에서 중기 구석기 유물 ‘르발루아(Levallois) 몸돌’이 출토됐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의 관련 문화 연구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백두문화재연구원은 연천 군남면 삼거리 복합 유적에서 르발루아 수법에 의해 제작된 몸돌(바탕 돌)을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임진강에 인접한 선사유적지로, 앞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연천 임진강유원지’ 조성 사업부지에 대한 정밀 발굴조사를 시행했다.
삼거리 복합 유적은 구석기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는 문화층이 혼재돼 있다. 이중 구석기 문화층은 상부와 하부로 구분되고 르발루아 몸돌은 하부 문화층에서 발견됐다. 상부 문화층은 후기 구석기(2만9000∼2만8000년 전), 하부 문화층은 중기 구석기 말기(4만4000∼4만년 전)에 해당한다.
르발루아 수법은 유럽, 아프리카의 중기 구석기 시대(약 30만~4만년 전)를 대표하는 석기 제작 방법이다. 독특한 몸돌과 격지(剝片·몸돌에서 떼어낸 돌조각)가 특징이다. 프랑스 파리 근교 르발루아에서 주로 발견돼 왔다. 몸돌은 격지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돌이다. 몸돌에서 떼어낸 격지는 각종 석기를 제작하는 데 이용된다.
하부 문화층에서는 르발루아 몸돌 뿐 아니라 다양한 구석기가 함께 발굴됐다. 이번에 출토된 몸돌은 ‘반복적 중심 방향 떼기 르발루아 몸돌’(Levallois recurrent centripetal core)로 분류된다. 화산암의 일종인 응회암으로 크기 121x93x61㎜, 무게 454g이다. 몸돌은 중간의 가름면을 기준으로 윗부분은 떼기면, 아랫부분은 격지 떼기를 위한 때림면으로 명확하게 구분된다. 윗부분에는 격지를 반복적으로 떼어냈던 자국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서봉수 백두문화재연구원장은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발굴된 구석기 유적은 수백 군데가 넘지만 르발루아 수법이 확인된 곳은 임진강 삼거리 유적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