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백신 격차 10년”…코로나 백신 개도국 소외 우려

입력 2020-06-19 09:5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개발도상국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백신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이들이 자국에 먼저 필요한 물량을 할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코로나19 백신이 모두에게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명제는 당위성은 있지만, 강제력이 없고, 백신을 배급하는 문제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1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이 매체는 선진국들이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일단 자국 상황을 진정시키는 걸 우선순위로 둘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영국은 옥스퍼드 대학이 개발하고 제약회사 아스트라젠카가 생산하는 백신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두 나라는 모두 백신이 완성되면 자국에 물량을 할당하도록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백신의 효과가 입증되는 대로 물량을 확보한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수립했다.

영국 정부는 백신의 효과가 입증되면 영국에 먼저 3000만회 투약분을 확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별도로 아스트라젠카는 미국에 최소 3억회 투약분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물량은 빠르면 올해 10월쯤 제공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누가 먼저 백신을 맞게 될지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증환자가 의료진 등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유럽연합(EU)도 물량 확보에 나섰다. 아스트라젠카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에 4억회 투약할 수 있는 백신을 연말까지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아스트라젠카, 존슨앤드존슨 등 일부 제약 회사들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특허를 개방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개발이 용이하도록 ‘특허풀’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약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화이자 등 대형제약회사 경영진들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특허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스 버클리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최고경영자는 “몇 국가가 백신 개발에 앞서 나가서 백신을 확보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 전 세계가 위협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확산 속도가 빠른 코로나19 특성상 모두에게 백신이 사용되지 않는 한 종식이 어렵다는 것이다.

영국 너필드 생명윤리위원회는 “백신 접근성을 선의에만 기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전례를 살펴봐도 백신 배포를 촉진하는 것 없이는 확산이 더뎠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HIV/AIDS의 경우 최빈국에 백신이 도달하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미 코로나19 방역 상황에서 의료물자 부족을 겪고 있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