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울 때 무릎 꿇고 돈 빌린 XX” 라임 김봉현 녹취록 살펴보니

입력 2020-06-19 06:59
뉴시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 핵심 피의자인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올해 3월 도피 중 이모(58) 스타모빌리티 대표와 통화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해당 녹취록엔 친노 인사로 잘 알려진 열린우리당 출신의 김모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의 이름을 거론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수천만원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지목한 더불어민주당 K의원의 이름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지난 3월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전화를 걸어 통화한 녹취록을 18일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김 전 회장은 수원 여객 241억원 횡령 사건으로 도피 중이었다. 두 사람은 스타모빌리티에서 발생한 횡령금 517억원의 책임 소재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김 전 회장은 통화에서 횡령금의 책임 소재와 관련해 이 대표에게 원만한 합의 방안을 설명한 뒤 K의원과 김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를 언급했다. “내가 김OO(김 전 대표)나 왜 사람XX 아니라고 하겠느냐”며 “자기가 아쉬울 땐 와서 무릎 꿇고 돈 빌려가고 거지 같은 XX”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은 곧이어 K의원의 이름까지 언급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전하지 않았다. 다만 김 전 회장이 평소 도움을 줬던 정치권 인사들이 수사기관에 쫓기는 신세가 된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취지의 불만을 토로하면서 K의원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김 전 한국사회연론연구소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선 후보 시절 보좌역을 맡았던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2016년 이 대표의 소개로 김 전 회장과 만나 최근까지 관계를 이어왔다. K의원은 현역 재선 국회의원으로 2016년 총선 당시 김 전 회장에게 당선 축하 명목으로 맞춤 양복을 선물 받았다.

앞서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K의원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현금을 편지봉투에 담아 전달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편지봉투에는 5만원 권으로 최대 200장(1000만원)까지 넣을 수 있다. 김 전 회장은 며칠 뒤 K의원을 두 번째로 만나 또다시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금품을 건넨 시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참고인 등의 말을 종합하면 2016년 3월 31일~ 4월 12일 무렵으로 추정된다. 이후 김 전 회장은 지난해 라임의 편법 거래 의혹이 불거진 직후 김 전 대표에게 부탁해 정무위 소속 여당 국회의원을 만나기도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이 대표도 김 전 회장의 부탁을 받아 청와대 고위관계자까지 독대했지만 소용이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광주 MBC 사장 출신인 스타모빌리티 이 대표를 지난 17일 오전 8시쯤 서울 송파구 자택에서 체포했다. 이 대표는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혐의를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스타모빌리티 외에 김 전 회장이 세운 페이퍼컴퍼니 대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라임 사태가 불거진 뒤인 지난 3월 김 전 회장을 스타모빌리티 자금 횡령 혐의로 고소했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