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무역 수출규제, 코로나19 발원지 논란, 홍콩 이슈 등 벼랑 끝 충돌을 이어가던 미·중이 머리를 맞댄 자리이지만 의미있는 합의점은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현지 외신들은 분석한다.
미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간) 밤 보도자료를 내고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미·중 관계를 두고 견해를 교환하기 위해 오늘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회동했다”고 전했다.
비공식으로 진행된 이번 회담과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폼페이오 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정치국원이 하와이의 히컴 공군기지에서 1박 2일간 만났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양 정치국원과 만찬을 한 데 이어 이날 오전 회담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만찬 후 7시간에 걸쳐 회담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상업과 안보, 외교 분야에서 미중 간에 호혜적인 거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하고 향후 발병을 막기 위해 완전한 투명성 및 정보 공유도 제안했다.
중국 외교부는 자오리젠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회담 내용을 추가로 소개했다.
자오 대변인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은 “협력만이 양측의 유일한 올바른 선택”이라면서 “중국은 충돌과 대항 대신 상호 존중하고 윈윈 관계를 발전시키도록 미국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만, 홍콩 등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은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며 미국과 충돌하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내정 간섭 중단을 촉구했다.
모처럼의 회담이지만 양국이 특정 안건에서 합의에 도달한 것은 없을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SCMP는 이번 회담을 통해 미중이 미 대선을 앞두고 양자 관계가 완전히 탈선하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양국이 대만, 홍콩, 코로나19 대처 등 여러 이슈에서 불화를 겪고 있어 관계 개선에 관한 기대감은 낮다고 전했다.
게다가 미국은 이날 회담 밖에서는 대중 압박 행보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 소수민족 인권 탄압에 책임이 있는 중국 당국자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 법’에 서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과 함께 홍콩 보안법의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의 최근 강경 행보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 관련 현안을 공유하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도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로이터통신도 전날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번 의제에 북한 문제가 포함된다고 전한 바 있다. 대북 특별대표를 겸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대표가 폼페이오 장관을 수행, 이번 회담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북한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비건 대표는 가까운 시일 내 미국을 전격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워싱턴DC에서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