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원거리 딜러 ‘덕담’ 서대길은 칠레에서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특이 케이스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잘하는 게 게임밖에 없는 것 같아서’ 프로게이머로 진로를 정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LoL 챌린저스 코리아(챌린저스)’ 승격을 노리다가 지난해 팀 다이나믹스에 입단했다.
서대길은 지난해 여름 칠레로 향했다. 거기서 약 3개월간 ‘리가 라티노아메리카(LLA)’ 소속팀인 엑스텐 e스포츠에서 활동했다. 올해 스프링 시즌을 앞두고 원소속팀 다이나믹스로 복귀했다. 스프링 시즌을 챌린저스에서 보낸 그는 팀의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승격과 함께 종로에 입성했다.
다이나믹스는 18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0 LCK 서머 시즌 첫 경기에서 KT 롤스터를 세트스코어 2대 0으로 꺾었다. 다이나믹스는 1승0패(세트득실 +2)를 기록해 아프리카 프릭스와 함께 공동 선두로 나섰다.
서대길은 이날 1세트 야스오로, 2세트 아펠리오스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2세트엔 마지막 내셔 남작 둥지 앞 전투에서 쿼드라 킬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나 “다음 경기도 꼭 이기겠다”면서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이나믹스는 오는 20일 아프리카와 시즌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다음은 서대길과의 일문일답.
-LCK 무대에서 첫 승을 거둔 소감은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경기를 이긴 만큼 앞으로 차차 승리를 쌓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흐름을 많이 타는 팀이다. 1세트를 이긴다면 2세트는 무조건 이길 거로 예상하고 왔다. LoL은 기세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1세트에 야스오·세나로 바텀 듀오를 짰다
“사실 야스오를 할 생각으로 경기장에 오진 않았다. 밴픽을 하다 보니 우리 조합에 야스오가 괜찮아 보여서 골랐다. 라인전은 원래 힘들 거로 예상했다. 포탑 방패 골드 3개와 드래곤 정도는 양보하되, 다이브는 당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후반을 바라봤는데 게임이 잘 풀렸다.”
-2세트는 이즈리얼 대 아펠리오스 구도였다
“개인적으로는 이즈리얼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펠리오스를 고른 선수가 잘한다면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구도이기도 하다. 치명타류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의 성능이 나빠서 이즈리얼이 나온다. 치명타 아이템을 버프하지 않는다면 한동안 메타가 안 바뀔 것 같다.”
-칠레에서 데뷔한 이력이 있던데
“잘하는 게 이거밖에 없는 것 같아 프로게이머로 진로를 정했다. 그게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챌린저스 승강전을 준비하다가 기회가 닿아 다이나믹스에 왔다. 입단 후에 칠레 리그로 임대를 갔다. 의사소통도 잘 안 되고, 음식도 맞지 않아 정말 힘들었다. 한국인 형(‘스카이’ 김하늘)이 있어서 위안이 됐지만, 그래도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올해 스프링 시즌은 챌린저스에서 보냈다
“챌린저스는 일종의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기본기를 쌓아가면서 천천히 상위 리그로 올라가자는 마인드로 경기를 치렀다. 챌린저스 시절엔 지금보다 실력이 부족했다. 오늘 경기를 치러보니 이제 내가 LCK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것 같다.”
-챌린저스 시절엔 어떤 점이 부족했나
“이상하게 죽는 경우가 많았다.”
-소위 말하는 ‘레고를 삼키는’ 플레이 말인가
“그렇다. 챌린저스 때는 이상하리만치 내가 레고를 먹는 일이 잦았다. 최근에는 그런 단점을 많이 보완한 것 같다. 다른 팀원들이 ‘넌 그것만 고치면 된다’고 했다. 노력했더니 많이 나아졌다.”
-LCK 팬들에게 본인의 플레이 스타일을 소개한다면
“안정적으로 플레이하고, 찬스가 보이면 공격적으로 전환하는 ‘밸런스 잡힌 원거리 딜러’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선호하는 챔피언은 아펠리오스다. 대회에서 아펠리오스를 했을 때 아직까지 진 적이 없어서다.”
-선배 프로게이머 중 롤 모델이 있나
“예전엔 젠지의 ‘룰러’ 박재혁을 롤 모델로 삼았다. 평소엔 안정적으로 플레이하는데 공격적이어야 할 땐 공격적으로 하더라. ‘저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같은 리그에서 경쟁하는 적 아닌가. 롤 모델로 두지 않으려 한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