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역대급’ 대입 혼란을 겪고 있는 고3 수험생들이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실전 모의평가를 치렀다. 입시 전문가들은 작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평이했다고 분석했다. 출제 당국이 고3과 재수생의 학력 격차 우려를 반영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실제 수능 난도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2061개 고교와 428개 지정학원에서 2021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를 시행했다. 지원자는 48만3286명으로 재학생 41만6529명, 재수생 6만6757명이다.
‘수능 리허설’로 불리는 모의평가는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이 주관하는 시험으로 6·9월 두 차례 치러진다. 수험생 입장에서 12월 3일로 예정된 수능의 출제 경향과 난이도를 가늠해보는 기회이며, 모의평가 성적을 바탕으로 수시 지원전략을 수립하기 때문에 단순 모의고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어는 작년보다 다소 쉬웠다는 평가다. 출제 경향과 문제 유형에 큰 변화가 없고 난도 자체도 높지 않았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난해 수능과 지난해 6월 모의평가보다 쉽게 출제된 듯하다. 독서 영역도 31번 법률문제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쉬웠다”며 “수험생 부담을 줄이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과생이 주로 치르는 수학 가형은 쉽게 출제됐다고 평가된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약간 어려웠다고 분석됐다. 나형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쉬웠다는 평가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고난도 문항에서 다소 어렵고 익숙하지 않은 문제가 나와 당황한 학생들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전반적으로 평이한 난도의 문제들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임 대표도 “나형은 새롭게 추가된 영역의 난도가 쉽게 출제됐다. 킬러문제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자는 의도로 가·나형 모두에서 나타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영어도 까다롭지 않았다는 평가다. 대성학원은 “작년 수능과 비교해 지문의 길이가 짧아지고 지문의 난이도도 높지 않은 전반적으로 평이한 문항이 출제됐다”며 작년 수능에 비해 ‘약간 쉽다’고 평가했다. 종로학원은 “객관적 난이도는 작년 6월 모의평가와 본수능에 비해 쉬웠다. 다만 (고3의) 학습공백, 실전 감각이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체감 난도가 쉽지 않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출제 당국이 올해 고3의 특수성을 고려해 난도를 조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월 모의평가에서 고3 재학생과 재수생 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 형평성 논란에 불을 붙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격차가 너무 크면 고3 재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꺾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관건은 실제 수능의 난이도다. 평가원은 6·9월 모의평가 성적을 분석해 학생의 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수능의 난이도를 설정한다. 입시 전문가들이 ‘평이했다’고 분석하더라도 긴 코로나19 학습 공백기 때문에 실제 고3이 느끼는 체감 난도는 다를 수 있다. 6월 모의평가의 난이도가 실제 수능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예상보다 고3 학생들의 성적이 낮게 형성되거나 재수생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을 경우 출제 당국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