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식사시간, 식탁 아래서 고개를 쏙 내미는 반려견을 본 적 있나요. “나만 빼놓고 맛난 거 먹냐”고 애원하는 듯한 그 눈빛 공격에 식탁 위 음식을 건네준 적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 음식은 대부분 개에게 해롭습니다. 인간과 소화방식이 다르고, 심지어 소화가 불가능한 성분도 상당수입니다. 미국 반려견협회(AKC)가 제시한 대표적인 반려견 금지음식 7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햄, 과자 등 가공식품…“너무 짜요”
가공된 햄, 과자는 반려견에겐 그야말로 불량식품 종합세트입니다. 개에게 암을 유발하는 질산나트륨, 글루탐산염(MSG)을 비롯해 건강에 해로운 당류나 인공감미료가 대부분 들어있습니다. 개에게 독성인 마늘이나 양파 가루가 양념된 경우도 있죠.
무엇보다 햄, 과자류는 너무 짭니다. 소세지나 핫바의 경우에는 절반만 먹여도 반려견의 나트륨 일일 섭취한도를 훨씬 초과하게 됩니다. 자칫 나트륨 이온 중독을 일으켜 구토, 설사, 발작, 발열 혹은 탈수증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고혈압을 유발하고요. 간혹 햄을 통째 삼키다 질식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사랑하는 반려견을 위한다면 햄이나 과자류는 바닥에 떨어뜨리는 실수조차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2. 마늘과 양파…“개의 적혈구를 파괴해요”
마늘, 양파는 대표적인 향신료 재료입니다. 날것 그대로 혹은 익히거나 튀겨서 음식에 올라갈텐데요. 이걸 먹은 개들은 배탈이 나고, 적혈구가 파괴돼 빈혈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알싸한 향신료 계열인 부추, 후추 등도 모두 개에게 해롭습니다.
토마토 케첩은 안전할까요? 일반적으로 상업용 케첩은 마늘과 양파, 계피, 설탕과 소금, 방부제와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겨자는 개의 위벽을 자극해서 구토를 일으키고요.
3. 뼈가 든 음식…“내장을 다쳐요”
개들은 육즙이 많은 구운 고기나 갈비, 치킨 조각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반려견에게 이런 음식을 주는 건 위험한 행동입니다. AKC의 수의학 전문가인 제리 클라이언 박사는 “개에게 조리된 뼈를 절대 주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조리된 뼈는 날카롭게 조각납니다. 날카로운 뼈 조각들은 반려견의 구강, 식도, 내장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거나 질식을 유발할 위험성이 큽니다. 안전을 고려해 크고 단단한 뼈 제품 외에는 주의하세요.
4. 여름철 옥수수와 수박…“속살만 양보해요”
씹으면 톡톡 터지는 옥수수알은 여름철 별미죠. 옥수수알은 먹어도 괜찮지만, 딱딱한 옥수수 심지는 개들에게 위험할 수 있습니다. 삼켰다가는 자칫 질식할 위험이 있고, 장이 다칠 수도 있어요. 그러니 반려견에게 심지째 옥수수를 던지면 안됩니다.
껍질과 씨를 제거한 수박은 먹여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씨앗과 껍질은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골라내고 아삭한 속살만 주세요.
5. 우유 성분…“개들은 소화 못해”
우유에는 유당(lactose), 혹은 락토아제라는 성분이 들어있어요. 안타깝지만 개들의 몸은 유당을 소화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어요.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을 먹은 개들은 복부 팽창, 변비, 설사, 구토 등에 시달릴 위험성이 큽니다.
6. 술, 알코올 성분…“소화 못해요”
개들의 간, 신장에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그래서 술을 아주 조금만 마셔도 치명적이죠. AKC의 설명에 따르면 체중 1kg당 5.5~7.9g의 알코올 원액은 치사량입니다. 체중 20kg 중형견 기준으로는 알코올 140ml(소주 2병에 함유된 알코올 분량) 정도라고 하는군요.
다행히 개들이 알코올 향을 싫어하다보니 섭취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종종 과일 향이 가미된 모히또, 칵테일 종류를 개들이 먹고 싶어하니까 조심하세요. 참고로 종종 단맛을 내려고 섞는 자일리톨도 소화되지 않아 개의 신장 등에 문제를 일으킨답니다.
7. 악명 높은 초콜릿…“심혈관에 치명적”
가장 악명높은 음식은 뜻밖에 초콜릿입니다. 웹툰 등에서 사랑스런 반려견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대표적인 음식이죠. 초콜릿에는 혈관을 넓혀주는 테오브로민(Theobromine)이 들어있습니다. 사람에겐 근육이완제, 혈관 확장제로 사용되는 이 성분들은 개들에겐 무척 민감하게 작용합니다.
테오브로민의 치사량은 얼마나 될까요? 미국 동물병원 연맹인 VCA의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중형견 기준 250mg 정도의 테오브로민이 중독을 유발합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스마트폰 크기(40g)의 초콜릿 기준, 밀크 초콜릿에는 60~80mg, 다크 초콜릿에는 180~630mg, 화이트초콜릿에는 0.35mg의 테오브로민이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체중 22kg 중형견 기준으로 시중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 크기의 밀크 초콜릿(40g) 6개 정도를 먹으면 반려견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다크 초콜릿은 특히 조심하세요. 밀크 초콜릿보다 3~8배나 많은 테오브로민이 들어있어 한 덩어리로도 치명적이죠. 화이트 초콜릿의 테오브로민 함유량은 밀크초콜릿 기준 200분의 1에 불과해서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초콜릿은 개에게 위험합니다. 초콜릿 케이크, 초콜릿 쉐이크, 초콜릿 음료 무엇이든 말이죠. 섭취량과 개의 체중에 따라 심각한 위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죠. 그러므로 절대 반려견에게 초콜릿을 먹이지 마세요! 카페인도 정도는 달라도 비슷한 악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커피, 차 종류, 아이스티, 콜라, 에너지 드링크 등도 개에게 금물입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