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고비 맞은 제주항공·이스타 M&A…‘임원 지명해달라’ 압박까지

입력 2020-06-19 07:00

인수합병 작업이 지지부진해진 이스타항공이 임시 주주총회 소집 카드를 내세워 제주항공 압박에 나섰다. 인수 계약 성사가 확실시돼야 요구할 수 있는 ‘신규 임원 후보 지명’을 여러 차례 제주항공에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제주항공이 “체불임금 문제 등으로 계약 성사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어림없다”는 식의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저비용항공(LCC)업계 빅딜은 최대 고비를 맞았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최근 주주들에게 오는 26일 임시 주총을 소집한다는 내용을 알렸다. 이 주총에서 이스타항공은 발행 주식 총수를 늘리고 신규 임원을 선임하는 등 정관 일부를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주총에서 신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된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스타·제주항공 간 계약상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신규 이사와 감사 후보자를 지명해야 하는데, 이스타항공이 이 점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스타항공은 최근 제주항공에 임시 주총 소집 일정을 알리며 수차례 후보자 명단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스타항공의 임시 주총 개최에 제주항공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만약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의도대로 이사·감사 후보자를 지명해준다면, 제주항공의 인수 의지가 확인되는 동시에 무기한 미뤄졌던 인수·합병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서 이스타·제주항공 간 빅딜은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200여억원) 문제 등 때문에 발목이 잡혀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며 강경 대응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아직 해외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을뿐더러 비공개인 계약 선결 조건도 이행되지 않았다”며 “계약 성사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 권한이 없는 제주항공에 후보 지명을 요청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자체를 포기하긴 쉽지 않다고 본다. 이미 정부가 인수 지원금 17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스타항공의 임금 체납 문제를 놓고 양측이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금 체납 문제는 계약 선결 조건에 포함되진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까진 제주 항공이 인수 작업을 미루며 이스타항공에 임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었다”며 “이에 거래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싶은 이스타항공이 이견을 알리면서 불협화음이 불거진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