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서’까지 나온 대학가 분노… 교육부 “등록금은 알아서” 뒷짐

입력 2020-06-18 17:39 수정 2020-06-18 18:22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연세인 총궐기 집회에서 학생들이 학교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성적평가제도 개선, 등록금 반환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등록금 환불 여부를 놓고 학생과 학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소통부족 문제까지 불거지며 일부 대학에선 집회나 혈서 등의 형태로 폭발하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18일 신촌캠퍼스에서 ‘연세대 총궐기 투쟁 집회’를 열었다. 총학생회는 코로나19로 인해 1학기 학사 전반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잦은 학사변동, 부정행위 등으로 학습권이 침해당했다며 학교본부를 규탄했다. 권순주 총학생회장은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고 학습권 침해에 상응하는 등록금 일부를 환급하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학 측의 소통 노력 부족이 누적된 불만에 불을 붙였다고 입을 모았다. 최모씨는 “학교 측은 선택적 패스 제도 도입 요구를 거절한 경위가 담긴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며 학교본부가 학생들의 요구를 경시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연세대는 15일 오전 학생들에게 “선택적 패스 제도 도입이 교육적 견지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공지했다. 선택적 패스제는 학점을 세분화해 매기지 않고 ‘P/NP(Pass/Non Pass)’로만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3월 한 교수가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라면 등록금을 10만원씩 더 내서 온라인 수업의 질을 올리자고 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해 학생들의 불만에 불을 댕겼다. 문과대생 A씨는 “과외와 고깃집 알바를 하며 생활비를 버는 입장에서 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듯한 학교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교가 어려우니 십시일반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급기야 한양대에선 학교를 규탄하는 학생들이 혈서를 써 학내 커뮤니티에 올리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비대면 시험 등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학생들에게 학교 관계자가 “혈서라도 받아오라”고 말하자 한 재학생이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사학과 3학년 B씨는 “아무리 진담이 아니라도 학생에게 그런 얘기를 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며 “성명 발표, 면담 등이 통하지 않으니 집회와 혈서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등록금 환불 여부는 대학과 학생의 문제라며 나랏돈으로 대학생에게 현금을 지급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등록금 문제는 대학이 학생과 소통해 해결할 문제”라며 “학생에 대한 직접 현금지원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대학 자체 노력을 전제로 대학에 재정지원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정부가 대학의 재정 여건과 코로나19 피해상황을 파악한 뒤 이를 토대로 예산당국과 협의해 재정지원 규모를 결정한다. 이후 대학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돈과 정부 지원금을 합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다음 학기 등록금을 줄여주는 방식이 추진될 수 있다.

송경모 이도경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