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이통사)에게 광고비와 수리비용을 떠넘긴 애플코리아에 대해 과징금과 같은 제재 대신 자진 시정 기회를 주는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애플이 이통사와 맺은 부당 계약을 시정하고 소비자 등을 위한 상생지원기금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제재보다는 거래 관계 개선과 소비자 효용 증진 등 실리가 낫다는 판단이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기업 봐주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정위는 18일 애플의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애플은 지난해 6월 공정위에 동의의결 개시를 신청했지만, 공정위는 애플 측의 동의의결 시정방안이 미흡하다고 보고 두 차례 보완을 지시했다.
동의의결이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 스스로 거래질서 개선과 소비자 피해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는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친 뒤 타당성이 인정되면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법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과징금이나 형사처벌 등 제재 대신 자진 시정과 자구책을 마련해 시장질서 개선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공정위는 이미 2016년 6월부터 애플의 이통사 대상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애플이 받는 혐의는 이익제공 강요와 불이익 제공, 경영간섭 등 크게 세 가지다. 애플 단말기 광고 비용과 무상수리 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이통사에 부담하게 했고, 이통사에 단말기 구매와 이익제공 등을 강요하며 이에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이통사의 보조금 지급과 광고 활동 등 경영활동에도 간섭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동통신 시장은 휴대전화와 통신서비스를 패키지로 판매하는데, 애플은 아이폰 등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이통사에게 불리한 조건의 계약을 관철시켰다.
애플은 공정위 조사 시작 이후 줄곧 “위법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지난해 6월 슬그머니 공정위에 동의의결 절차를 신청했다. 애플 측은 광고비, 수리비 전가 혐의와 관련해 이통사들의 부담 비용을 줄이고 비용 분담을 위한 협의 절차를 도입하겠다고 제안했다. 이통사에 불리한 거래조건을 개선하고 상생지원기금을 마련해 휴대전화 부품사 등 중소사업자나 프로그램 개발자, 소비자 후생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공정위는 애플이 제안한 상생지원기금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공정위가 애플의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하면서 공은 다시 애플에 넘어갔다. 애플이 한 달 안에 구체적인 동의의결 잠정안을 마련하면 공정위는 이통사 및 다른 정부 부처 등 이해관계자와 의견 수렴을 거쳐 두 달 안에 최종 동의안을 만들어 이를 갖고 다시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