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42) LG 회장이 오는 29일 LG그룹을 이끈지 2년을 맞는다. 그룹 안팎에서는 그동안 구 회장이 조직 관리에서는 실용성을 추구하고, 사업 방향에서 미래를 강조하면서 ‘뉴LG’의 윤곽을 서서히 그리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18일 “구 회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할 일을 차근차근 하는 것 같다”며 “소리 없이 강한 리더십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구 회장이 구본무 회장 별세로 2018년 6월 갑자기 4대 그룹 총수가 됐을 때 재계에는 우려가 컸다. 이제 갓 마흔을 넘긴 구 회장이 69개 계열사를 둔 LG를 이끌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기존 관행을 깨고 보수적인 그룹 문화를 조금씩 바꾸면서 “역시 젊다”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취임식을 열지 않았고 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지주사 LG의 대표로 불러 달라고 했다.
자율복장제를 실시해 어느새 임원도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게 낯설지 않게 됐다. 소통도 기존 상명하달보다는 자율적인 토론을 선호한다. 사업보고회는 토론 형태로 진행하고 임원 세미나는 LG포럼이라는 100명 미만 규모의 월례 포럼으로 이름을 바꿔 자유로운 토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조직력을 더 강화해야 하는데 자율성을 강조하는 구 회장의 리더십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사를 통해서는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2018년과 지난해 인사에서 각각 100명이 넘는 신규 임원을 발탁했고 실적이 좋지 않은 임원은 과감히 정리하면서 세대교체를 이뤄가고 있다. 올해는 그룹 정기공채를 폐지해 조직의 유연성과 순발력을 높이고 있다.
구 회장 체제 이후 LG는 ‘미래 먹거리’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시장성 없는 분야는 재빨리 접으면서 공격적인 경영 노선을 걷고 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 1위에 오른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부문이 대표적이다. 구 회장 취임 후 창립 이래 첫 외부 인사인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해 CEO를 맡겼고, 이후 LG화학은 미국 GM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사업 기반을 넓혔다.
그러나 LG전자와 삼성전자의 TV 화질 관련 비방전을 비롯해 LG생활건강이 애경산업을 상대로 낸 치약 상표권 소송,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소송전 등으로 여러 기업의 원성도 듣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화의 LG’가 ‘쌈닭 LG’가 된 것 같다”고도 했다. 구 회장은 기술·지적 재산권 등에 대한 단호한 대응은 미래 경쟁력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은 최근 수익성이 악화한 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했다. LG전자는 연료전지 사업과 수처리 사업,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 등을 팔았다. 다른 재계 인사는 “구 회장은 실용적이고 수평적인 ‘4세대 경영’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