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의 온상지로 지목된 종교시설과 방문판매업체가 수도권에 이어 대전에서도 연일 ‘n차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방역 당국은 전국 유행 가능성을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대전시 등에 따르면 대전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15일 오후부터 이날 정오까지 사흘 만에 25명이 발생했다.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5명을 제외한 20명이 순수 대전 지역 확진자로 분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과 수도권 감염 확산으로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59명을 기록해 6일 만에 50명대로 올라섰다.
대전의 코로나19 유행은 서구 갈마동 ‘꿈꾸는 교회’와 괴정동 소재 다단계 판매업체 두 곳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꿈꾸는 교회는 지금까지 7명의 누적 확진자를, 다단계 판매업체는 18명의 누적 확진자를 발생시켰다. 수도권과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아 대전지역 내 별도의 유행으로 파악된다.
대전발 코로나는 인근 세종과 충남은 물론 수도권으로까지 뻗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꿈꾸는 교회에 방문했다가 감염된 대전 51번 확진자는 서울 강서구 50대 여성과 경기도 안산 61세 여성을 접촉했고, 안산 61세 여성의 딸을 포함해 총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괴정동에서 다단계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대전 60번 확진자는 지난 10일 충남 계룡 부부 확진자를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다단계 판매업체 관련 확진자 중 3명은 신천지 교인명단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시설과 방문판매업체는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전파가 잘 이뤄지는 장소로 지목한 곳이다. 이날 정오 기준 수도권 개척교회 관련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19명을 기록했고, 서울 관악구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도 확진자가 전날보다 4명 늘어 180명의 누적 확진자를 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대전의 확산세가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넓은 것도 아니고 이동이 불편한 나라도 아니어서 확진자가 계속 움직이면 당연히 부산까지 가는 것”이라며 “앞으로 여러 지역에서 집단감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논의 중이다. 윤태호 중앙재난대책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수도권의 강화한 방역지침을 수도권 외 지역으로도 확대할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수도권 집단감염도 n차 감염을 일으키며 추가 확진자를 양산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 성심데이케어센터는 4차까지 전파돼 이날 수원에서 80대 여성이 확진됐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관련해선 총 5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서울 지하철 2·3호선 교대역 근처 영어학원 ‘미키어학원’의 강사도 확진돼 당국이 학원의 방역소독을 진행 중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