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남겨진 가족과 연락두절 걱정” 속 타는 새터민들

입력 2020-06-18 16:10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모(87)씨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듣고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불씨가 꺼진 느낌”이라고 했다. 김씨에겐 북한 함경남도 정평에 남아있는 6명의 친동생이 있다. 김씨는 2004년과 2005년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중국 장백진(압록강 상류)에서 막내 여동생과 남동생을 한 차례씩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보태어 쓰라며 월 50만원을 보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단 한 장의 편지도 주고받지 못했다. “중간에 전달이 제대로 안되는지 주소가 바뀐 건지 답답한 마음”이라며 “이번 정권 들어서 통일사업이 활발해 동생들과 다시 만날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단념해야 할 시기가 온 거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군사행동까지 예고하면서 북에 가족을 두고 탈북한 새터민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가족과 향후 연락이 끊기거나 다신 만나지 못할까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모습이다.

송낙환 남북이산가족협회 회장은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남측의 90대 늙은 아버지와 북측의 60대 아들이 연락이 겨우 닿아 지난달에 중국에서 상봉을 계획했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만 잦아들면 곧 만남이 성사될까 싶었는데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을 보면 사실상 기약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송 회장에 따르면 정부가 주도하는 이산가족상봉 프로그램 외에 민간 차원에서도 비공식적인 이산가족 만남이 이어지고 있었다. 주로 브로커를 통해 중국과 같은 제3국으로 가족들을 불러내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측의 국경 경비가 삼엄해져 주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40대 새터민 김모씨는 북에 두고 온 두 자녀 걱정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최근까지는 연락이 되고 있지만 언제든지 통신이 끊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며 “생활비도 꼬박꼬박 보내줘야 하는데 그마저도 막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북측 자녀들이 걱정말라며 다독여주고 있어 마음이 미어진다고도 했다.

새터민 출신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탈북 브로커를 통한 북측 주민과의 물밑 교류가 점점 제약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허 위원장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더해 이번 사태로 남북의 긴장상태도 심해지면서 탈북 브로커조차 활동 반경이 줄어들고 있다”며 “새터민들의 안타까움만 더해간다”고 설명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