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로퀸 美비축 6300만인분 어쩌나… 사용승인 철회에 ‘악성재고’

입력 2020-06-19 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뛰어나다고 극찬한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AP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철회한 가운데 미 정부가 6300만인분의 비축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3월부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구매하거나 기부받으며 이날 기준 6300만인분의 비축분을 확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이 약을 두고 “매우 고무적이자 강력한 게임체인저”라며 “여러 나라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나도 매일 먹는 중”이라고 강력하게 추천한 데 따른 결과다.

그러나 FDA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철회하며 비축분이 고스란히 악성 재고로 남게 됐다. 앞서 FDA는 지난 15일 “이 약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심혈관계 등에서 부작용을 일으킬 확률을 키운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내 보건 전문가들은 “현 상황은 역사의 매우 불운한 순간”이라며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을 비판했다. 정부가 근거 없는 믿음을 바탕으로 국력을 엉뚱한 데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홀트그레이브 알바니대 교수는 “정부가 훨씬 더 많은 치료제 후보군을 들여다보는 대신 한 약에만 과잉투자를 한 행위는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FDA가 긴급사용승인을 철회하기 전 이미 3100만명분의 비축분이 배부됐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이미 배부된 약을 어떻게 회수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캐럴 댄코 보건부 대변인은 “우리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비축에 도움을 준 제약사들과 협의해 재고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