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천 참사’ 막는다… 공사기간 막 줄이면 형사처벌

입력 2020-06-18 15:21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건설회사가 전문가 의견을 듣지 않고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줄이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건설 현장 노동자는 재해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하고 보험료 일부는 공사를 발주한 업체가 부담해야 한다. 산업재해 책임이 있는 기업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된다.

고용노동부는 18일 국토교통부·소방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건설현장 화재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4월 노동자 38명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센터 건설현장 화재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

정부는 공공 공사와 민간 공사에 적정한 공사 기간을 산정하는 작업을 의무화했다. 건설을 계획·설계할 때 작업별 공사 기간과 전체 공사 기간을 미리 정해야 한다. 전문가의 안전성 검토 의견을 무시하고 공사 기간을 줄이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안전관리가 불량한 건설업체는 명단이 모두 공개된다.

건설 현장의 노동자 재해보험 가입도 의무화했다. 대형사고 발생 시 노동자가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보험료 일부는 발주자가 부담해야 한다.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 보험료가 올라가도록 해 발주자가 안전한 시공사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대형 사업장에만 적용하던 건축자재 화재 안전 기준 적용 범위도 넓힌다. 기존에는 면적 600㎡ 이상인 창고와 1000㎡ 이상인 공장에만 적용하던 마감재 화재 안전 기준을 모든 공장과 창고로 확대한다.

단열재 등 가연성 물질과 화기는 동시 작업을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감리자가 공사중지 명령까지 할 수 있다. 건설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을 취급할 땐 가스경보기, 강제 환기장치 등 안전 설비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필요한 비용은 정부가 지원한다. 화재나 폭발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할 땐 건설사가 국토교통부·지방자치단체 등에 작업 시기를 미리 보고해야 한다.

지자체가 현장을 지도·감독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건설 분야 퇴직자로 구성한 민간 순찰자와 지자체 담당자가 건설 현장을 감시하게 된다. 문제가 발생하면 고용부가 합동 감독에 나선다. 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과 경영자 처벌은 대폭 강화한다. 정부는 대법원 양형기준위원회와 협의해 처벌 기준을 높일 계획이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처럼 다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 대한 특례법 제정도 추진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이번 대책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현장에서 실제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속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