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동거녀와 다퉈서…” 22개월 아들 안고 분신한 40대

입력 2020-06-18 15:05
충북 청주에서 40대 남성이 동거녀와 다툰 뒤 둘 사이에 태어난 22개월 된 아들을 안고 분신했다. 연합뉴스

청주에서 40대 남성이 동거녀와 다툰 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생후 22개월 아들을 안고 분신했다. 사건 현장을 포착한 사진에는 인화 물질이 든 페트병과 소화기 분말 가루로 뒤덮인 차량 내부 등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이 담겼다.

A씨(41)는 18일 오전 3시33분쯤 청주시 서원구 성화동의 한 사거리에서 차를 세운 뒤 22개월 아들을 안은 채로 자신의 몸에 인화 물질을 끼얹고 불을 질렀다. 상반신 2도 화상을 입은 그는 현재 화상 전문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이는 무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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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날 사실혼 관계인 B씨와 양육 문제로 다투다가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왔다. B씨는 오전 2시41분쯤 “A씨에게 맞았다”며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집 앞에서 인화 물질이 담긴 2ℓ들이 페트병을 들고 “분신하겠다”며 난동을 피우는 A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A씨를 만류했으나, A씨는 아들과 함께 차에 탄 뒤 운전해 달아났다. 경찰은 순찰차 4대를 동원해 추적한 끝에, 편도 4차로의 도로 중앙에 세워진 A씨 차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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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다가서는 순간 운전석에 앉아있던 A씨는 자신의 몸과 차에 휘발유를 뿌린 후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에 한 경찰관이 차로 달려가 A씨의 품에 있던 아이를 구조했고, 동료 경찰도 순찰차에 있던 소화기로 불을 껐다.

아이는 머리카락 일부가 불에 그을렸으나 다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아이를 B씨에게 인계했다. 아이의 몸에서는 외상이나 학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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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현재 A씨가 중상을 입어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치료가 어느 정도 이뤄진 뒤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