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라운드보다 수월했어요. 그래도 긴 전장 탓에 앞으로는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희정(20)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 투어 사상 가장 길었던 코스를 완주하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로 18일 제34회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를 시작한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은 코스 전장 6929야드에 길이 80㎜짜리 러프로 그린을 둘러싸 오버파를 끌어내는 난코스로 악명이 높다. KLPGA 투어에서 코스 전장 6900야드를 넘긴 대회는 처음이다. 앞선 최장 거리 코스도 이곳이었다. 지난해 이 대회의 코스 거리는 6869야드였다. 1년 만에 60야드가 늘어났다.
샷·퍼트 감각과는 별도로 장타를 치는 선수에게 일단 유리할 수 있다. 신장이 161㎝로 다소 작은 편이지만 긴 팔로 장타를 휘두르는 임희정에게 이 코스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2000년생 프로 2년차 동기 조아연·박현경(이상 20세)과 함께 18조로 편성된 임희정은 오전 7시25분 10번 홀(파5)부터 3개 홀에서 연속으로 버디를 잡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해저드·러프와 같은 위험 요소를 곳곳에 숨긴 12~14번 홀, 이른바 ‘베어즈 랜드마인’(곰의 지뢰)에서 타수를 잃지 않고 수월하게 통과했지만, 긴 전장에서 라운드를 진행할수록 보기는 늘었다. 하지만 후반부를 시작한 1번 홀(파4)부터 다시 2개 홀 연속으로 버디를 잡는 대담함으로 1라운드를 4언더파 68타로 완주했다. 임희정이 적어낸 버디 8개와 보기 4개는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의 난코스를 고려할 때 준수한 성적으로 볼 수 있다. 임희정은 오후 2시 현재 공동 4위에 있다.
임희정은 1라운드를 마치고 방문한 클럽하우스 내 미디어센터에서 “한국여자오픈을 바라보고 준비했다”며 “연습라운드보다 수월했다. 이날은 티박스(티샷 지점)를 앞으로 당겨놔 어렵지 않았지만, 남은 라운드에서 긴 전장 때문에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이 튀어 굴러나갈 수 있는 단단한 그린도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의 특징이다. 하지만 임희정은 “이날 그린이 공을 잘 받아줬다”며 웃었다. 그는 “좋은 성적을 내려면 무엇을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잘해야 한다. 일단 그린에 올리면 버디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 샷과 퍼트가 모두 중요하다. 무엇보다 샷이 원하는 대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임희정은 올 시즌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가 244.5833야드로 다소 줄었지만, 그린 적중률은 82.9630%로 투어 내 5위에 해당할 만큼 좋은 샷 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임희정의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는 데뷔 시즌인 지난해 246.7857야드로 측정될 만큼 길었다. 그의 말대로 원하는 샷만 나오면 임희정은 ‘메이저 퀸’을 노려볼 만하다.
하지만 베어즈 랜드마인과 같은 난코스에서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변수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임희정은 ”베어스 랜드마인이 승부처”라고 지목하면서 “실수도 몇 차례 있었다”고 떠올렸다. 또 “몇 홀에선 상상도 못할 실수도 저질렀다. 만회도 잘 되지 않았다”며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임희정은 오는 19일 2라운드에서도 동갑내기 동기들과 함께 경기한다. 그는 “지난해에 신인왕을 경쟁하면서 서로를 의식했지만, 올해에는 프로 2년차이고 신인왕을 경쟁할 일이 없어 편안하게 경기하고 있다”며 “이날 귀걸이를 차고 출전했는데, 현경이와 아연이가 ‘거꾸로 찬 게 아니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천=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