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차르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조만간 개발될) 백신처럼 긍정적인 영향을 퍼트리길 바라고 있어요.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돌아오게 할 공연이 되면 좋겠어요. 10년 동안 받은 사랑을 위로로 갚고 싶습니다.”
지난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한 뮤지컬 ‘모차르트!’의 영국 연출가 아드리안 오스몬드를 이튿날 만났다. 2014년 공연 당시 한 차례 메가폰을 잡았던 그는 10주년 공연에 다시 한번 지휘를 맡았다. ‘모차르트!’는 그동안 유희성, 오스몬드, 고이케 슈이치로 등 세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으며, 이번 프로덕션은 그동안 프로덕션의 장점들을 골고루 흡수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전 세계 공연계가 셧다운 된 가운데 서울에서 10주년 공연을 올릴 수 있어 영광”이라면서 “영국의 친구들이 서울에서 어떻게 공연을 올렸는지 등 그 과정을 꼼꼼하게 적어서 알려달라고 한다”고 웃었다.
‘모차르트!’의 개막이 지니는 상징적인 의미는 남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연계 침체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 공연의 개막과 흥행 여부는 한국에서 공연 산업 기지개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모차르트!’의 배우와 스태프는 공연계의 전례 없는 위기 속에 자발적으로 개런티 일부를 삭감하기도 했다. 오스몬드에게도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의 이번 공연은 도전이었다. 정부의 수도권 공공시설 휴관 조치로 한 차례 연기되긴 했지만 그는 반드시 개막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오스몬드는 “최악의 상황도 열어뒀지만 정상적으로 개막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공연장 거리두기와 관련해 “정부 방침과 공연장의 안전 문제는 워낙 예민한 데다 외부인인 내가 평가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공공극장이든 민간극장이든 같은 룰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과학은 공평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민간극장에서 공연되는 대형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렌트’ 등과 마찬가지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되는 ‘모차르트!’가 거리두기 기준이 같아야 한다고 에둘러 말한 셈이다.
공연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은 그에게 낯설지 않다. 2014년 ‘모차르트!’ 연출 당시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공연을 앞두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으로 가라앉았고, 한국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당시 추모를 이유로 여러 공연이 취소되면서 ‘모차르트!’는 오히려 예정보다 더 빨리 무대에 올라야 했다. 그는 모두가 침울한 상황에서 공연이 건네는 메시지는 대단하다면서 배우들을 독려했다. 당시 그의 마음가짐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공연 하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분명 있다고 믿어요. ‘모차르트!’의 선한 영향력이 곳곳에 미치길 바라고 있어요.”
코로나19 탓에 그는 한국 입국 후 2주 동안 자가격리라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는 “모바일로는 전 세계 모든 사람과 교류할 수 있었지만 ‘나가지 마라’는 명을 받으니 더 나가고 싶었다”면서 “감정적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비틀즈의 모든 음악을 듣고 공부하면서 버텼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모차르트와 비슷한 상황 아닐까”라며 “모차르트는 당시 사회의 여러 억압을 버텨 내며 음악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자가격리 등 고생 끝에 ‘모차르트!’ 개막의 성과를 지켜본 그는 “영국은 공연이 언제 재개될지 기약이 없다. 나 역시 돌아가면 언제 다시 무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전 세계가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모두 그때까지 잘 버텨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모차르트!’는 모차르트의 인간적인 성장통과 예술가의 고뇌를 담았다. 오스몬드는 “모차르트는 자신의 욕망으로 고뇌하면서 한편으로는 비범한 재능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와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오스몬드는 ‘모차르트!’ 10주년 공연에선 초연 이후 모차르트와 함께 성장했을 관객의 시선도 담아내려 했다. 그는 “10년 동안 대본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관객은 달라졌다”며 “나 역시 2014년 연출 때는 모차르트 입장에 이입을 많이 했지만 그동안 내 아이가 자라면서 극중 아버지 레오폴트에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레오폴트는 아들 모차르트를 염려해 자신의 울타리 안에 안전하게 잡아두려고 한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떠나는 것을 택한다. 그는 “모든 것을 다 걸고 꿈을 향해 가는 것이 옳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건 개인의 선택이고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작품 속 여러 캐릭터를 통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고 나에게 맞는 길은 무엇인지 찾는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모차르트 부자 간 애정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한 무대 장치도 숨겨놨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 후 모차르트가 성당에 갔을 때 스테인드글라스를 주목해달라”며 “성경 속 ‘돌아온 탕아’를 볼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안고있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출은 여러모로 새로운 여정이었다. 특히 무대 구성이 그렇다. 회전 세트는 쉼 없이 돌아갔고, 양옆으로 열리는 미닫이 세트는 거대하고 웅장했다. 또한 다양하고 섬세한 장치 역시 볼거리다. 미니멀한 무대를 선호했던 그의 이전 연출과는 사뭇 달랐다. 그는 “더 친절한 무대를 연출하려고 노력했다”며 “모든 관객이 이번 시즌 무대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