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발발 70주년…그 시절 전쟁의 상처 담은 사진집 ‘1950’

입력 2020-06-18 13:15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의 모습이 담긴 사진. 서울셀렉션 제공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당시의 참혹했던 한반도 상황이 담긴 사진집이 출간됐다.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활약했던 미국 저널리스트 존 리치(1917~2014)의 사진을 모은 ‘1950’(서울셀렉션)이다. 책에는 개전부터 휴전까지 3년 동안의 시대상이 담긴 컬러사진 150여장이 수록돼 있다.

사진집은 ‘기억 속 얼굴들’ ‘전쟁 속의 일상’ ‘폐허의 그늘’ ‘사선(射線)에서’ ‘전쟁과 무기’ ‘지난했던 협상’ 등 6개 챕터로 구성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국인들의 신산했던 삶을 담아낸 사진들이다. 예컨대 ‘피난민의 고통’이란 제목이 붙은 작품(사진)에는 아이들과 어딘가로 향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고, 사진 옆엔 이런 설명이 적혀 있다.

“어머니의 왼손가락에서 반짝이는 반지는 아버지의 부재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당시 대부분의 성인 남자는 남한이나 북한 어느 한쪽으로부터 징집을 당했고, 이는 피난민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깍지 낀 두 손으로 막내를 끌어안은 아이의 시선이 애처롭다.”

사진을 찍은 리치는 1939년 ‘케네백 저널’이라는 매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2차 대전이 끝난 뒤에는 미국 통신사 인터내셔널 뉴스 서비스(INS)에 입사해 도쿄 특파원으로 활동했고, 한국전쟁이 터지자 개전 첫 주에 한국에 도착해 3년간 한반도 곳곳을 누볐다. 미국 저널리스트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한국전쟁을 취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전쟁 당시 촬영한 사진들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던 2010년에 ‘컬러로 보는 한국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으며, ‘1950’은 이 책의 개정판이다. 사진집에는 전쟁 당시 무명의 참전용사나 유엔군 장병의 ‘일상’을 취재한 사진도 한가득 실려 있다. 리치는 “이 사진들은 시대의 기록인 동시에 한국에서 보낸 내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이어 “내 바람은 독자들이 한국전쟁을 과거의 역사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라며 “사진들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그것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의 희생과 아픔, 그리고 강인한 소생의 의지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