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진에서 냉동 수산물을 씻고 다듬는 일을 하는 호텔 주방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외지 여행이나 확진자를 밀접 접촉한 이력이 없어 또다시 수입 수산물이 바이러스 감염원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베이징의 집단감염이 5월 말이나 6월 초가 아니라 이미 한 달 전인 5월 중순부터 시작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18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120㎞ 정도 떨어진 톈진에서는 K호텔에 근무하는 22세 남성이 전날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 남성은 지난달 30일부터 K호텔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가끔 냉동 해산물을 씻고 다듬는 일을 해왔다.
그는 지난 2주 동안 다른 지역을 여행한 이력이나 확진 환자 또는 의심환자와 접촉한 적도 없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톈진 시내 황허 병원에서 이송돼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 K호텔 직원 가운데 7명이 베이징에 갔지만, 집단감염 발생지인 신파디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한 사람은 없었고, 이들 중 아무도 확진자 직원과 가까이 접촉한 적이 없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톈진시 방역 당국은 이 남성과 밀접 접촉한 93명을 모두 격리해 의학적 관찰에 들어갔고, 다른 관련자들에 대해 추적조사하는 한편, 그가 일했던 곳과 자택에 대해 소독을 진행했다.
호텔 직원이 확진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톈진 시민들 사이에서는 베이징 신파디 시장에 이어 톈진이 또 다른 코로나19 집단감염 진원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톈진시 한 주민은 “이 남성이 냉동 수산물을 씻고 다듬는 일을 하는 사람이어서 수입 수산물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들어있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현재로서는 K호텔의 냉동 수산물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들어있었을 가능성을 추론해볼 수 있지만 수산물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가 아니라는 게 정설이어서 톈진에 들어온 무증상감염자가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도 상정해볼 수 있다.
톈진시는 수산물의 판매·운반·생산 분야 종사자 6465명에 대해 검체를 채취해 핵산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가오푸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은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베이징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5월 말이나 6월 초에 이뤄진 게 아니라 이미 한달 전(5월 중순)쯤 시작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가오 주임은 지난 16일 상하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베이징의 집단 감염에서 많은 무증상 감염자와 경증 환자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환경이 그만큼 많은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준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어둡고 습하고 오염된 환경에 숨어있을텐데, 이는 예상하지 못할 수 있다”며 “그 후 바이러스는 일정 기간 내에 갑자기 많은 사람에게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준유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전염병학 수석연구원은 지난 15일 관영 CCTV 인터뷰에서 “베이징의 코로나19 집단 발병은 이미 5월 말부터 시작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에서 지난 11일부터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1주일 동안 누적 확진자가 160명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17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베이징에서 21명, 허베이성에서 2명, 톈진에서 1명 등 중국 본토에서 24명이 발생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날 해외 역유입 신규 확진자는 4명이었고, 무증상 감염자도 8명 나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