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현지 방송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정상들에게 “허수아비 취급을 받았다” “바이올린처럼 연주 당했다”는 발언도 했다.
미국 ABC뉴스는 18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을 독점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
볼턴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딜메이커(협상의 달인)를 자처하지만 실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허수아비 취급을 받았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각국 정상과의 만남에서도 “조종당했다”고 평가했다.
볼턴은 외국 정상들이 트럼프를 이용하기 쉬웠다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가오는 11월 재선에 몹시 집착했고 이런 약점 때문에 손쉽게 공략당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 “(푸틴은) 심각한 적수를 마주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그(트럼프)를 가지고 놀고, 가지고 놀고, 또한 가지고 놀았다”면서 그 광경을 “마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또한 볼턴은 “트럼프는 푸틴뿐만 아니라 김(정은), 시(진핑)에게도 공격받았다”고 말했다. 해당 정상들이 트럼프를 독대하기를 원했는데 그 이유는 “곁에 보좌관만 없으면 아첨하고 쉽게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트럼프의 개인 성향이 궁극적으로는 미국 국익에 손해를 입혔다고 볼턴은 종합했다. 그는 “푸틴은 국가의 전략적 입지를 이해하는데 평생을 바쳤는데, 트럼프는 국제 정세를 이해하고 공부하는데 전혀 관심이 없었다”면서 “미국으로선 국제적 입지를 세우기 난처했다”고 총평했다.
17개월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근무한 볼턴은 오는 23일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놀랍도록 무식하다(stunningly uninformed)”고 묘사했으며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몰라서 외국 정상들에게 쉽게 농락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재선에서 승리하게 해달라고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부탁했다”며 “중국으로부터 밀과 콩을 더 많이 사들이겠다고 제안했다”고 폭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강경 보수파인 볼턴은 북한과 이란에 대한 강경 외교를 주장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