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씨가 “단 한 줄의 기사가 단 한 발의 총성이 될 수 있다”며 남북관계 악화 소식을 다루는 언론에 자중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북한에 대해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1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김어준 생각’ 코너에서 “세계 1차 대전은 오스만의 지배를 받다 흩어진 민족을 다시 규합해야 한다고 믿은 한 세르비아 청년이 자신을 괴롭혀온 오스트리아 황태자에게 한 발의 총알을 날리며 시작됐다. 수천만명이 죽고 다친 비극이 단 한 번의 총성으로 시작된 것이다”라며 “어제오늘 쏟아지는 온갖 남북 관련 기사를 보며 이런 시국에 기자들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시대에 단 한 줄의 기사가 한 발의 총성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씨가 사례로 조선일보의 보도를 들었다. 조선일보는 17일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원로들과의 오찬 회동에서 최근의 북한에 대해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김씨는 “문 대통령은 사석에서도, 사소한 인연에 대해서도 뒷담화하거나 험담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엄중한 시국에 ‘그 사람들 너무 실망스럽다’라는 식의 표현이나 발언을 할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라며 “이간질 기사를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만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방송에서 박지원 전 의원과의 인터뷰에서도 ‘김어준 생각’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김씨는 박 의원에게 “조선일보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실망감을 표현했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문 대통령은 사석에서도 험담이나 뒷담화할 성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 의원은 “정세현 민주평화통일 수석부의장이 전날 JTBC에서 ‘굉장히 실망감이 커 보였다’는 취지로 말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본인의 해석이지 대통령께서 ‘실망’이라거나 ‘안타깝다’는 표현을 쓴 건 없다”고 답했다.
김씨는 박 의원의 답변에 “대통령이 이걸 풀 열쇠니까 양쪽에서 (대통령을 향해 실망이라거나 안타깝다는) 단어를 안 사용하는 거 아닌가. 그걸 싸움을 붙이려고 하는 보수 매체 의도가 보여서 여쭤봤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이런 위기에 다 국민통합을 해서 같이 대처를 해야지 그런 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맞장구쳤다.
다른 오찬 참석자들도 문 대통령이 “북한에 굉장히 실망스럽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큰 충격이고 국민이 큰 충격을 받으셨을 것”이라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추가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현재 대안이 많지 않은 게 고민”이라는 취지의 심경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