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제 음료까지 받았다” 무서워 사표 던지는 美 경찰

입력 2020-06-18 10:34 수정 2020-06-18 10:37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벌어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 사태 속에 미국 경찰관들이 줄줄이 사표를 내고 있다. 이번 사건에 항의하는 일부 여론이 경찰 개혁과 예산 지원 중단을 외치자 회의감을 호소하며 아예 일을 그만둬 버리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시위 발발 이후 최고 7명의 경찰관이 사퇴했다. 여기에 현재 6명 이상의 경찰관이 추가로 사직 절차를 밟고 있다. 헨리 핼버슨 미니애폴리스 경찰 부국장은 AP통신에 “일부는 사직서를 내지도 않고 결근했다. 근무자가 누구인지도 파악하기 힘든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밤 또 다른 흑인 남성 레이샤드 브룩스가 경찰관 총에 맞아 숨진 일이 있었던 조지아주 애틀랜타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는 이번달에만 8명의 경찰관이 사표를 냈다. 애틀랜타 경찰 측은 “우리 인사 기록을 보면 올해 들어 매달 2~6명의 경찰관이 사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폭력 시위에 대한 공포로 진압 업무에서 배제해달라는 경찰들도 늘고 있다. 플로리다주 남부의 한 도시에서는 특수기동대(SWAT) 소속 경찰관 10명이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직무에서 물러났다.

이들은 “최소한의 장비에 훈련도 부족한 상태”라며 “우리들의 전술이 정치화되는 것에 압박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또 경찰 지휘부가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동참해 시위대와 같이 무릎을 꿇은 데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과 정서가 시정되기 전 까지 우리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뉴욕주 버펄로에서는 비상대응팀 소속 경찰관 57명 전원이 사임계를 냈다. 지난 4일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 2명이 70대 노인을 밀쳐 넘어뜨린 일로 무급 정직 징계를 받자 이에 반박해 임무 불이행을 선언한 것이다. 또 지난 15일 뉴욕 한 햄버거 가게에서 경찰관 3명이 표백제가 들어간 음료를 마시고 병원에 실려가는 사건이 발생해 한 증오범죄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 내부에서는 신변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