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역할만 충실히” 대체선발 김대우, 노력으로 얻은 자신감

입력 2020-06-18 10:27
김대우가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2승째를 달성한 뒤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동환 기자

“불펜 보직이 각각 다르듯, 저도 욕심내지 않고 제게 주어진 역할만 충실히 하려구요.”

삼성 라이온즈의 김대우(32)는 프로에서 선발보다 구원으로 나온 경기가 훨씬 많은 투수다. 올 시즌에도 롱릴리프로 시작했다가 외인 벤 라이블리의 부상으로 지난달 23일부터 ‘대체 선발’로 투입되고 있다. 그리고 나오는 경기마다 5이닝은 책임지는 좋은 피칭을 선보이며 삼성 선발진을 한층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김대우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을 5피안타(1피홈런) 2실점으로 막아내고 시즌 2승(2패)째를 챙겼다. 김대우가 마지막으로 퀄리티스타트(QS·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한 건 지난 2018년 4월 19일 롯데 자이언츠전 7이닝 무실점 경기로, 벌써 2년도 더 됐다. 마지막 두산전 선발승도 지난 2014년 8월 14일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만큼 이날 경기에서의 호투는 인상적이었다.

김대우는 이날 경기 뒤 “아무래도 올해는 감독님이 선발로도, 롱릴리프로도 나갈 수 있다고 해서 나름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며 “이전의 모습도 제 모습이고, 그를 발판 삼아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대우는 올해 10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 김대우의 성적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김대우는 “아무래도 팀에서 연차가 쌓이며 잘 적응했고,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려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서 김대우는 총 85구 중 57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졌다.

김대우의 성장엔 끊임없이 자신의 무기를 갈고 닦은 노력도 있었다. 그는 “제구나 무브먼트 면에서 전까진 (슬라이더나 투심이)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올 시즌 전엔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를 다녀오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지금은 슬라이더로 타이밍을 많이 뺏으려하고, 좌 타자 우 타자 할 것 없이 투심을 던진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이날 김대우는 최고 시속 123㎞짜리 슬라이더(34구)와 134㎞짜리 투심(32구)를 직구(19구)와 함께 섞어 던지며 타자들을 요리했다.

역투하는 김대우. 연합뉴스

김대우는 이날 승리의 공을 포수 김응민에게 돌렸다. 김응민은 이날 2회 초엔 우중간 적시타로 삼성의 선취점을 뽑아내는 타점을 기록하며 김대우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해주기도 했다. 김대우는 “응민이랑 올해 처음 선발로 호흡을 맞추는데 볼 배합, 리드하는 부분에서 많이 고맙다”며 “두산에서 와서 타자들도 너무 잘 알았던 것 같아 고맙다”고 했다.

삼성은 이날 처음 승률 5할 대(7위·19승 19패)로 진입했다. 최근 3연승 째를 달릴 정도로 최근 분위기가 좋고, 선수들 모두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김대우는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보니 선수들 하나하나 아드레날린 분비되는 것부터 집중력까지 다르다”며 “아마 (팬들이) 최근 몇 년간 봤던 삼성과는 차이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삼영 감독은 경기 뒤 “선발진이 어려운 상황에서 김대우가 두 경기 연속 멋진 피칭을 해줬다. 충분히 좋은 선발투수로 거듭나고 있다”며 김대우에게 박수를 보냈다. 아직 시즌이 ¾ 가량 남은 상황, 올 시즌의 끝엔 선발로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을까. 김대우는 자신 있다.

“(상대) 팀 생각, 타자 생각 안 하고 저는 마운드에서 볼을 던지면 좋은 결과가 있겠죠. 아무리 좋은 타자와 경쟁한다 해도 일단 제 볼을 던지겠습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