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하인, 원주민 등 인종 차별을 연상시키는 식품 브랜드가 잇달아 폐기된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인종 차별에 대한 분위기가 환기되며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AP통신은 미국 식품 기업 퀘이커오츠가 자사 브랜드 중 하나인 ‘앤트 제미마’를 퇴출시키기로 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앤트 제미마는 펜케익, 시럽 등을 생산하고 있다.
앤드 제미마 브랜드가 ‘인종차별적인 요소’에 근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브랜드는 ‘늙은 제미마 아줌마’(Old Aunt Jemima)란 노래에 기원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1800년대 후반 백인들이 흑인으로 분장해 흑인 노래를 부르는 공연인 ‘민스트럴 쇼’가 유행했는데 이 쇼에 등장한 전형적인 흑인 유모(mammy·매미) 캐릭터 ‘제미마 아줌마’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매미’는 당시 미국 남부의 백인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살림을 하는 흑인 여자를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었다.
1890년 앤트 제미마 브랜드 펜케익 제품 표지에는 낸시 그린이라는 흑인 여성의 사진이 사용되기도 했다.
퀘이커는 “인종적 평등을 향해 진전을 이루기 위해 일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다양한 브랜드가 우리의 가치를 반영하고 소비자의 기대에 부합하는지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퀘이커는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해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로고의 그림을 변경해왔지만 이번에 아예 이를 없애기로 했다. 새 로고와 브랜드 명칭은 올가을께 나올 예정이다.
다른 브랜드도 인종차별적 요소를 없애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가공된 쌀 등 식품을 제조하는 브랜드 ‘엉클 벤스’(Uncle Ben's)를 소유한 마스도 이날 “지금이 바로 시각적 브랜드 정체성을 포함한 엉클 벤스의 브랜드를 진화시킬 때”라며 변화를 약속했다.
엉클 벤스는 1946년부터 나비넥타이를 맨 흑인 남성 노인의 이미지를 로고로 써왔다.
마스는 “변화가 정확히 어떤 것이고, 시점이 언제가 될지 우리도 아직 모르지만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침식사용 그릿츠를 생산하는 ‘기치 보이 밀’(Geechie Boy Mill)도 “브랜드에 대한 수정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Geechie’라는 말이 남부 지역 흑인 노예 후손들이 사용하는 사투리를 의미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 회사는 AP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회사는 지난 수년간 브랜드 명칭 변경을 고려 해왔고 최근 상황에 맞춰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 랜드오레이크는 1920년대부터 버터, 치즈 및 다른 제품에 사용 중인 원주민 여성의 이미지를 더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이런 브랜드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유지돼 왔는지 의문”이라며 “네슬레의 에스키모 파이부터 워싱턴 레드스킨스 미 프로축구팀 이름까지 여전히 많은 인종차별적 브랜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