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중학교 1학년 남자 아이다. 첫인상이 다소 기이하게 보였다. 눈썹이 없어서였다.
수개월 전부터 눈썹을 뽑기 시작하였는데, 이제는 속눈썹 까지 뽑아 버려 자주 눈에 염증까지 생긴다고 한다. 주로 공부를 할 때 심해지니 학원도 모두 끊고 숙제도 하지 않게 하면서 아예 공부에 거리를 두게 하였으나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물어보니 이전에는 머리카락을 뽑은 적도 있었고, 그게 나아지더니 눈썹을 뽑는 증상이 생겼다. 초등학교 1학년 무렵부터 눈을 깜박여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이후 몸의 여러 부위로 증상이 나타나더니 차츰 심해졌다. 가족들은 이것이 병이라는 걸 모르고 버릇을 고치겠다며 야단을 치고 화를 냈었다. 눈썹을 뽑는 현재의 행동은 틱(Tic)증상의 하나였다..
틱이란 갑작스럽고 빠르며 반복적, 비율동적, 상동적인 움직임이나 소리를 말한다. 신체의 일부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축되어 나타난다. 운동 틱과 음성 틱이 있다. 운동 틱은 눈 깜박거리기, 코 씰룩이기, 얼굴 찡그리기, 머리 흔들기, 입 내밀기, 어깨 들썩이기 등으로 시작된다. 이후 자신을 때리기, 제자리에서 뛰어오르기, 다른 사람이나 물건을 만지기, 물건 던지기, 손 냄새 맡기, 남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기, 자신의 성기부위 만지기, 체모를 뽑기, 외설적인 행동하기 등으로 발전한다.
음성 틱은 킁킁거리기, 가래뱉는 소리 내기, 기침소리 내기, 빠는 소리 내기, 쉬 소리 내기, 침 뱉는 소리 내기로 시작한다. 상황과 관계없는 단어를 말하기, 욕설 뱉기, 남의 말을 따라 하기 등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틱은 소아에서는 매우 흔한 질병이다. 전체 아동의 10~20%가 일시적인 틱을 나타낼 수 있다. 증상은 7~11세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틱은 불수의적인 것으로써 아이가 일부러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 아니므로 부모나 교사는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나무라는 것은 좋지 않다. 증상은 파도가 밀려오듯이 갑자기 심해졌다가 며칠 뒤에는 잠잠해지는 식으로 반복된다. 수축되는 해부학적 위치도 어느 날은 눈을 깜빡이다가 며칠 후에는 코를 킁킁거리는 식으로 변할 수 있다. 특히 복합적인 운동틱과 음성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투렛 장애(Tourette’s disorder)라고 한다. 공격성이나 강박장애, 성격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 틱 장애 보다는 예후가 좋지 않다.
틱 장애가 많이 알려지고, 약물치료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병원을 찾아 ‘약물이 효과가 좋다던데 약을 써 주세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점차로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명심할 건 약물치료는 1차적인 선택지가 아니란 거다. 먼저 환경의 요소, 즉 정서적 환경과 물리적 환경, 사회적 환경을 면밀히 관찰해서 아이에게 특정한 유발요인을 제거해 주는 게 우선이다. 약물치료도 증상의 경과나 경중, 또래 관계 등 사회적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선택하면 좋은 치료법 중의 하나이지만 항상 최선인건 아니다.
이 호 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