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트럼프에 “당신과 6년 더 함께 일했으면”
트럼프, 시진핑에 “대선에서 이기게 도와달라”
정상회담서 시진핑은 메모 읽고…트럼프는 ‘애드립’
“트럼프, 대선 승리 위해 국가안보 부차적 만들어”
‘중국 스캔들’, 미국 대선에 엄청난 파장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올해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pleading with)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앞서 시진핑 주석도 2018년 12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6년 더 함께 일하기를 원한다”면서 “미국 대통령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고 애썼던 것으로 보인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은 다음주 출간 예정인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의 요약본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 재선을 위해 시진핑 주석에게 미국내 정치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면서 국가안보 이슈를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었으며, 중국의 인권 유린을 경시했다”고 주장했다.
WSJ에 실린 기고문 제목은 ‘존 볼턴: 트럼프의 중국 정책 스캔들’이었다. 볼턴의 메가톤급 폭로는 미국 대선 과정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미국, 선거가 너무 많아…트럼프와 6년 더 함께 일하기를 원해”
2018년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저녁식사를 겸한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들어진 미·중 정상회담이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훌륭한지에 대해 과장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이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시 주석이 자신은 트럼프와 함께 6년 더 함께 일하기를 원한다고 말한 것이었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대통령 임기가 재선만 가능한 헌법적 제한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고 답했다.
시 주석은 미국은 선거가 너무 많다면서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사탕발림 같은 말을 던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찬성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이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 틀림없는 메모를 끊임없이 읽으며 발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애드립’으로 말을 했고, 미국 측 참석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에는 어떤 말을 할지 아무도 몰랐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시진핑에 “대선 승리 도와달라”…볼턴, 검열 때문에 정확한 표현 못 써
볼턴의 이번 기고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지난해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한 발언이다. 이 미·중 정상회담도 오사카에서 개최됐던 G20 정상회의를 통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 미국 정치권 인사들이 중국과 ‘신냉전’을 촉구하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시 주석이 지목한 중국에 비판적인 미국 인사들이 민주당 인사들인지, 미·중 정상회담에 배석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참모들이었는지 불분명했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그들은 민주당 인사들이라며 민주당에선 (중국에 대해) 거대한 적대감이 있다고 말했다”고 볼턴은 썼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충격적으로 올해 11월 있을 미국 대선으로 화제를 돌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경제력을 시사하면서 시 주석에게 자신이 반드시 대선에 이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농민의 중요성과 그렇기 때문에 대두와 밀 등 미국 농산물에 대한 중국의 수입 증대가 이번 대선 결과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시 주석에게 중국이 얼마나 많은 미국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성가시게 졸랐다(importuning)고 볼턴은 지적했다.
오사카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무역 협상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쁜 나머지 시 주석에게 “당신은 300년 동안 가장 위대한 중국 지도자”라고 칭송했다가 몇 분 뒤 “당신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말을 바꿨다.
볼턴은 자신의 회고록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검열 제도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 대선 승리 협조를 간청하면서 했던 정확한 발언을 출판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중국 온건파·매파로 갈라진 트럼프 참모들…날마다 회의 결과 달라
볼턴은 요약본에서 “트럼프는 자주 ‘중국이 미국의 비용으로 불공정한 경제 성장을 하는 것은 중단시키는 것이 군사적으로 중국을 패배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면서 “이는 근본적으로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볼턴은 그러나 중국의 위협에 대해 트럼프가 한 일은 진정한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중국에 대한 트럼프의 말과 행동이 달랐다는 것이다.
볼턴은 특히 중국 문제에 대해 트럼프 참모들이 지적으로 심하게 갈라져있었다고 주장했다. 볼턴이 보기에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팬더 포옹파’(대중국 온건파·panda huggers)였다.
반면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중국에 대해 매파였다.
볼턴은 트럼프는 통상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혼돈 상태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소수의 참모들과 집무실 등에서 회의하기를 즐겼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법은 없었으며, 회의 결과가 날마다 달랐고, 어떤 날은 이전 회의와 정반대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모든 일은 자신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고 볼턴은 토로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