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에서도 대북라인 재정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북한의 태도를 낙관적으로 전망한 채 예상 가능한 일을 막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책임 소재의 범위에 대해서는 주장이 갈리고 있다.
국정원 고위간부 출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그해) 10월부터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삐라 문제가 없었어도 북한이 시비를 걸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며 “(국정원도 이렇게 될 것을) 알았다는 건데, 대통령에게 어떻게 보고를 했는지 단계별로 가져와 보라고 할 것이다. 정보위 차원에서 다음 주나 다다음 주에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평화를 위한 노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멈출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대북라인의 변화를 거론했다. 김 의원은 이 글에서 “우리의 외교안보 라인은 북한에 믿고 같이 갈 상대라는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 6월 초 북한은 연락사무소 폭파를 시사했지만, 정부는 한참 늦게 특사를 제안했다”며 “외교안보 라인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거론하며 “북한이 간접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생각하고 재빨리 파악해서 주변국을 설득했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다만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통일부만 비판했다. 김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통일부를 완전히 개조해야 한다”며 “통일부는 외교부와 다르다. 적어도 통일부만큼은 강대국의 눈치 보지 말고 독자적으로 남북협력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건의해야 하고, 이런 의지로 뭉친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변인도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에 출연해 “통일부가 워싱턴을 정말 열심히 다니고 미국 조야를 설득했어야 했다. 북한에 대한 이해를 정확하게 시켜야 했다. 이런 일을 외교부 장관이 할 수는 없다”며 “임종석 전 실장도 몇 주 전 인터뷰에서 ‘통일부가 실무 워킹 그룹에서 빠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미국의 시각을 변형시키려는 통일부 차원에서의 노력, 이런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여럿)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 악화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김 전 장관이 북한과의 과감한 협력에 나서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컸다.
다만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남북관계를 주도하면서 애초 김 전 장관에게 주어진 운신의 폭이 좁았다는 반론도 있다. 김종대 전 의원은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에 출연해 “통일부 장관의 사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정부 안보의 컨트롤타워는 누가 뭐래도 청와대 안보실이다. 거기서 대부분 기획한다”며 “통일부 장관의 사의 표명은 적절치 않았다. 그것보다 새로운 안보실을 구성하는 쪽으로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