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뻐요. 우승하면 이런 기분일까 싶을 정도예요.”
아프리카 프릭스 ‘플라이’ 송용준은 개막전 승리를 대회 우승만큼이나 기뻐했다. 스프링 시즌 2라운드에 1승8패로 부진했던 아프리카다. 선수단 전부 비시즌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약 2개월 만에 맛본 승리는 평소보다 더 달았다.
아프리카는 17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개막전에서 샌드박스 게이밍을 세트스코어 2대 0으로 잡았다. 이들은 1승0패(세트득실 +2)를 기록, 상쾌한 기분으로 여름나기를 시작했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송용준은 “우승하면 이런 기분일까 싶을 정도”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스프링 시즌에 부진했던데다, 비시즌 기간도 길어 팀원들 전부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고 털어놓으면서 “이렇게 2대 0으로 완승을 거둬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비시즌 동안 만났던 아프리카 선수들은 “서머 시즌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어 기대된다”고 입을 모았다. LCK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스프링 시즌 2라운드를 온라인으로 진행한 바 있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패자의 변명처럼 들리는 걸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온라인 경기가 유독 몸에 맞지 않는 옷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송용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머 시즌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느냐고 묻자 송용준은 “우리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서머 시즌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경기를 치렀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오늘은 LCK 아레나에서 경기하니 컨디션이 훨씬 좋았다. 집중도 더 잘 됐고, 긴장도 잘 유지됐다”고 덧붙였다.
송용준은 이날 1세트에 트위스티드 페이트(트페)를 선택했다. 트페는 정글러 ‘스피릿’ 이다윤이 고평가하는 챔피언이라고 한다. 송용준은 “요즘 이다윤이 앵무새처럼 트페를 외친다. 상대 미드라이너가 트페를 고르면 정글러로서 압박감을 느끼고, 플레이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라고 귀띔했다.
2세트에는 카르마를 골라 팀원을 후방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송용준은 “카르마는 팀적으로 좋은 챔피언이다. 다 죽어가는 챔피언을 살리고, 이를 통해 전투 구도를 유리하게 바꿀 수 있어 강력하다”면서 “제가 봤을 땐 다른 팀들도 카르마를 고평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즌 목표를 포스트 시즌 진출로 잡았다. 송용준은 “한때는 목표를 크게 잡아보기도 했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더라”라며 “설레발 치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계단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겠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인 목표로는 KDA(킬과 어시스트의 합을 데스로 나눈 값) 등 개인 지표에서 상위권에 오르기를 잡았다고 밝혔다. 송용준은 “‘기인’ 김기인이 자기는 지표에 드러난 수치가 좋다고 눈치를 준다”면서 지표상에서 유의미한 숫자를 기록하고 싶다고 전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