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장 강제 배정에 책임을 지겠다면서 물러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7일 호남의 한 사찰에 머무르며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당에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통합당 의원들의 수차례 복귀 설득에도 “며칠 쉬겠다”며 잠행을 이어갔다.
통합당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충남 한 사찰에 머무르다가 호남의 다른 사찰로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당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가 협상 과정에서 상당히 괴로웠던 것으로 안다”며 “빨리 좀 복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주 원내대표는 묵묵부답이었다”고 전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지시로 주 원내대표를 설득하고 있는 성일종 의원은 이날 재선의원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가서 뵙겠다고 하니 주 원내대표가 오지 말라고 했다”며 “계속 설득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과의 통화에서도 당장 복귀할 뜻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전략적으로 주 원내대표의 복귀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는 당장 주 원내대표가 복귀하더라도 오는 19일 나머지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려는 더불어민주당에 맞설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통합당으로선 176석이라는 수적 우위를 앞세운 민주당의 이른바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에 맞서기 어려운 형편이다. “YS나 DJ가 협상을 해도 별 수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통합당 한 재선 의원은 “주 원내대표가 복귀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 당내 이견은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복귀 시점에 대해선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협상 동력을 높일 수 있는 복귀 명분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 원내대표가 이번 주말에는 복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파탄 위기에 내몰린 남북관계 등을 감안하면 통합당을 완전히 배제한 원 구성을 강행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만약 오는 19일 나머지 상임위원장이 민주당 단독으로 선출된다면, 그 이후 주 원내대표가 국회로 돌아와 대여 투쟁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