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DMZ GP 다시 진출”…우발 충돌 우려 최고조

입력 2020-06-17 18:20
북한 군이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자체를 파기하겠다고 17일 우리 측을 거듭 위협했다. 이번에는 그 내용이 더욱 구체화됐다. 그동안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켜왔던 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사실상 ‘안전판’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이 지난 16일 오후 2시 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2020.6.17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photo@yna.co.kr/2020-06-17 06:38:41/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방어임무를 수행할 연대급 부대들과 필요한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하게 될 것”이라며 “북남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에서 철수했던 민경초소(GP)들도 다시 진출 전개해 전선경계근무를 철통같이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성과 금강산 지역에 전방 주력부대를 재배치하고 DMZ 내 철수 GP도 복구하겠다는 의미다.

또 “서남해상 등 전 전선에 배치된 포병부대의 전투직일근무를 증강하고 전선경계근무급수를 1호 전투근무체계로 격상시키며, 접경지역 부근에서 군사훈련들을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대남 삐라(전단) 살포도 하겠다고 공언했다. 총참모부는 이 같은 도발 계획을 조만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비준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군 계획이 실행된다면 9·19 군사합의 파기다. 남북은 2018년 군사합의서에 따라 상호 거리가 1㎞ 이내인 DMZ 내 GP 10개를 완전히 파괴했다. 남북의 GP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되 병력과 장비는 철수시켰다.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한다는 목적이 컸다. 남북은 또 군사합의서에 따라 군사분계선(MDL) 5㎞ 이내 지역,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등 접경지역 군사훈련도 중지했다. 북한군 발표대로 GP가 재무장되고 군사훈련이 재개될 경우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특히 MDL 5㎞ 이내 지역은 정전협정 이후 96차례나 포격전이 벌어진 지역이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16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해병대원들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면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2020.6.16 yatoya@yna.co.kr/2020-06-16 20:34:19/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에는 연대급 규모의 병력(2000여명)과 대대급 이하 화력구분대가 배치될 예정이다. 북한은 2003년 12월 개성공단 착공 전 해당 지역에 2군단 소속의 6사단, 64사단, 62포병여단을 배치했다. 62포병여단은 당시 170㎜ 자주포(사거리 54㎞)와 240㎜ 방사포(사거리 60㎞ 이상)로 무장했다.

6·25전쟁 당시 서울 영등포까지 전개한 6사단은 공단 착공 이전까지 주력 전차 ‘천마호’와 장갑차 대대 등을 보유했다. 북한은 개성공단 착공에 앞서 이들 부대를 3㎞ 뒤쪽의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이동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대가 재배치된다면 방사포가 직접적으로 수도권을 겨누게 된다.

금강산관광지구 인근인 강원도 고성군 장전항에는 해군부대가 재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이 지역에는 유고급(70t) 잠수정 기지가 있었다.

우리 군은 전방 육군부대에 차기 다연장로켓(MLRS)인 ‘천무’를 배치한 상태다. 앞으로 북한 화력 배치 수준에 따라 수량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천무는 사거리가 2배 이상 늘어난 80여㎞에 달한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