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회담 못하고 떠나는 김연철…안타까운 1년2개월

입력 2020-06-17 17:19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최근 악화한 남북관계에 책임을 지고 취임 1년 2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 장관은 취임 이후 한 번도 남북 회담을 해보지 못한 비운의 장관이라는 오명을 안고 통일부를 떠나게 됐다.


앞서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 장관으로 지난해 4월 취임했다. 불과 두달 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면서 남북관계 경색이 시작되던 시점이었다. 북한이 남북 교류협력을 거부하고 대남 무시로 일관하면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교착상태에 처한 한반도 정세를 타개하기 위한 통일부의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비판이 제기됐다.


애초 김 장관은 학자 시절 남북관계에서의 교류·협력을 중시하며 기업 연구소와 정책 현장 등에서 남북경협과 이를 통한 평화구축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온 진보 성향의 학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남북협력에 대한 미국 내 견제가 존재함에도 “경제를 고리로 평화를 공고화하고, 평화를 바탕으로 다시 경제적 협력을 증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김 장관은 지난해 말부터 대북개별관광 등 제재를 우회해 북한과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추진했다. 다만 제재 논란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 코로나19를 연결고리로 남북 보건·의료협력을 추진해보려 했지만, 이 역시 북한이 응답하지 않아 무위로 그쳤다.

일각에선 북한의 대남 기조가 바뀌지 않고 대북정책의 주도권은 청와대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김 장관이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김 장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도 있다.


김 장관은 17일 오전 통일부 간부회의에서도 자신의 거취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기자실을 찾아와 자신의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해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제게 주어진 책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