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태에 외신들은 최근 대남 압박의 최전선에 선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김여정의 급부상이 북한 1인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김 제1부부장이 이달초 사실상 김 위원장의 ‘대행’ 격으로 공식 승격됐다”며 “그의 급부상은 북한 최고 지도자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추측에 다시 불을 지피는 ‘깜짝 놀랄만한 변화”라고 보도했다. 여전히 김 위원장이 아프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그의 건강이 최상의 상태는 아니며,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가족과 함께 공유하려 하고 있다는 추측을 낳게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전날 김 제1부부장의 폭파 경고대로 개성공단 내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북한 1인자의 여동생, 남북 대화 국면의 유화적 메신저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김여정이 대남 초강경 기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 정부의 북한 분석가였던 레이첼 민영 리는 WP에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제1부부장의 발언을 인민 반응, 기사, 반 남한 집회의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이는 다른 비(非)백두혈통 지도자들에 비해 ‘이례적으로 높은 위상’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련의 북측 조치들은 김여정에 대한 이미지를 1인자의 여동생이 아닌 독립적인 정책 담당자로 바꿔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11일 이후 관영매체에 등장한 것은 단 3차례 뿐이고, 평소와 달리 당 문서도 결재하지 않고 있다”며 “그의 건강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때일수록 대행이 중요하다. 누가 대행을 맡을 수 있겠나. 가장 권력을 찬탈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다”라며 김여정을 지목했다.
란코프 교수는 “미래 권력 승계자가 어릴 경우 믿을 수 있고 배신하지 않을 형제자매를 선택하는 게 김 위원장 일가에서는 이미 확립된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김여정의 급부상은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우려와 연관이 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본격적으로 아들의 권력 승계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독일 언론도 김여정의 급부상에 주목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남북관계 긴장, 평양의 새로운 강인한 여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여정이 오빠 김정은의 그늘에서 처음으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