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2심 재판장 “윤중천 또 부를 필요 없다”

입력 2020-06-17 17:12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22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석방됐다.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성접대 사건’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가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증인으로 불러달라는 검찰 측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윤씨의 증인신문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22일 무죄 선고를 받고 석방됐다. 그는 1심 재판 내내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재판에 나왔으나 이날은 검은색 정장과 회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말끔하게 면도한 모습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검찰은 이날 “윤씨는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했다”며 재차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윤씨를 조사했던 검사가 국외훈련을 갔다가 오는 8월에 복귀한다고 했다. 담당 수사검사가 1심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하지 못했으니 항소심에서 다시 기회를 달라는 취지였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1심에서 충분히 증인신문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직접 수사한 검사가 귀국한 다음 증인신문을 해달라고 하는데, 그러면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를 나눈 이유가 무엇이냐”며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수사검사가 국외훈련을 이유로 불참석한 게 항소심에서 증인을 다시 불러 신문해야할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윤씨에 대한 증인신청을 기각했다. 다만 검찰이 증인으로 신청한 사업가 최모씨에 대해서는 비공개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 전 차관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된 여성 A씨에 대해서는 본인 의사를 확인한 뒤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1심의 무죄 선고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란이 된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에 대해 확정적인 면죄부를 주는 부적절한 판결이었다”고 성토했다. 이에 김 전 차관 측은 “법원은 선입견 없이 검찰과 피고인 양측 주장을 경청해야 한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해달라”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은 2006∼2008년 윤씨와 최씨 등에게서 3억원대 뇌물·성접대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일부 뇌물 혐의는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성접대를 비롯한 나머지 뇌물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1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 사건의 발단이 된 ‘원주 별장 동영상’ 속 등장인물에 대해서는 김 전 차관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