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전격 사의 표명을 여권에서는 사실상 경질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좀처럼 장관이나 참모를 교체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이를 직접 발표한 것은 경질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그동안 김 장관이 북한과의 과감한 협력에 나서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컸다. 다만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남북관계를 주도하면서 애초 김 장관에게 주어진 운신의 폭이 좁았다는 반론도 있다.
김 장관은 17일 오후 통일부 기자실을 찾아, 오전 청와대에 사의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제게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곧바로 수리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표 수리는 인사권자 몫”이라며 “수리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다만 김 장관이 이를 언론에 발표한 만큼 사표 수리는 기정사실이 되는 모양새다. 이날 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지난해 4월 8일 취임 후 약 1년 2개월 만에 통일부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여권에서는 전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김 장관을 이례적으로 질타한 것이 일종의 신호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에서 김 장관을 겨냥해 “통일부가 대북 전단 문제에 너무 둔감하게 대응했다”며 작심 비판을 한 바 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그동안 김 장관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이 인품과는 별개로 추진력과 결단력이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도 “전부터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통일부 장관이 뭘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많았다”고 했다. 남북 협력 문제를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치고 나가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는 비판이다.
통일부 내부에서도 학자 출신인 김 장관이 학자적 시각에서만 북한 문제에 접근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일각에서는 김 장관이 너무 미국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북한 편만 든다는 비판을 하면서 김 장관이 양쪽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만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은 김 장관이 아니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끈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정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사실상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도하면서 김 장관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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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손재호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