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배’…금융 소비자 보호 ‘쎈 처방전’나올까

입력 2020-06-17 17:11

내년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된다. 은행 등이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부당하게 상품 가입을 권유하면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금융사에는 징벌적 과징금도 부과될 수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소비자 보호 정책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보다 ‘쎈’ 금융 소비자 보호 처방전의 도입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라임 및 디스커버리펀드 피해 사태 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금융 사고 우려가 부쩍 높아지면서다. 이달 초 1700만명의 회원을 둔 모바일 금융 애플리케이션(앱) ‘토스’의 부정결제 사고가 대표적이다.

17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내놓은 ‘제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과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 및 집단소송제 법안의 논의 필요성이 제시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가해자가 악의적으로 불법 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가 입은 실제 손해 외에 징벌적 의미의 금액을 추가 배상토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소송남발 우려가 있고, 금소법에 징벌적 과징금 제도가 포함돼 있어 금융사에 충분히 경각심을 주고 있다는 점 등이 고려돼 도입되지 않았다.

집단소송제 또한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등과 연계할 필요성이 힘을 얻으면서 법제화가 미뤄진 상태다. 입법조사처는 “두 제도는 소비자 보호에 관한 핵심적 제도이며, 향후 지속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소비자의 손해배상청구 시 금융사의 입증책임 범위를 ‘법의 위반사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지난 3월 통과된 금소법에선 금융사의 과도한 부담을 감안해 위법사항 중 입증책임 범위를 ‘설명의무 위반’으로 축소했다.


소비자 보호 관련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 때 5건이 제출됐다. 대부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발의했고, 지난 3월 금융소비자의 사후 권리 구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소법이 제정됐다. 향후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가 꾸려지고 해당 법안이 발의되면 여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다. ‘슈퍼 여당’ 국회인데다 법안 통과의 핵심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여당이 꿰찼기 때문이다. 금융상품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비대면 금융거래 사고 우려가 가시지 않는 점도 소비자 보호 강화 법안의 필요성에 무게를 더한다.

금융권에서는 금소법 제정 전후로 뒤늦게 소비자보호 장치를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소비자보호권익강화 자문위원회’를 설치하는가 하면, 소비자보호 부서를 독립 조직으로 신설하기도 했다. 일부 은행은 투자상품 리콜제까지 도입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열린 한 금융포럼에서 “금융사와 소비자는 본질적으로 이해상충 관계인데다 실적을 중시하는 금융사의 성과제도 하에서 소비자 보호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소비자 보호 강화를 강조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