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김태영 류정호 문수석)이 17일 “남북 화해와 공존의 길은 여전히 멀고, 비록 좁고 험해도 우리는 서로 배려하며 평화의 길로 가야 한다”면서 “어떤 상황에도 평화로 가는 대로를 닦아 나가자”는 내용의 ‘6·25 70주년 한국교회총연합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정부와 여야 정당에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요청하는 내용과 함께 한국교회도 협력하겠단 뜻이 담겼다.
한교총은 먼저 정부에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과 주변국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정착의 대로를 평탄하게 해줄 것을 주문했다. 여야 정당에는 그동안 민족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해 온 것을 반성하고 신뢰를 회복함으로 민족의 공존과 국익을 위한 교류와 협력의 기틀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에는 각국의 이익에 편승한 한반도의 영구분단 정책을 내려놓고, 분단된 민족, 분열된 가족의 교류를 보장해 주라고 요청했다.
한국교회가 한반도 평화의 길 정착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겠단 의지도 담았다. 한국교회가 시민사회와 연대해 평화의 길을 열어가는데 헌신하겠다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북한 동포들에 대한 인도적인 주님의 사랑 실천을 위해 노력할 뜻 그리고 다음세대를 통일세대로 키워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선도하는 민족의 과제를 수행하는데 힘쓰겠단 뜻을 밝혔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6·25 70주년 한국교회총연합 성명서
“어떤 상황에도 평화로 가는 대로를 닦자”
2020년은 6.25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동족 간에 벌인 3년여의 전쟁은 한반도를 초토화시키고, 민족의 가슴에 깊은 원한을 심어 놓았다. 전쟁이 멈춘 뒤로도 조국은 분단과 남북 간의 적대 정책으로 비극이 끊이지 않았다.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산가족의 아픔은 가실 길이 없다. 동북아를 둘러싼 강대국의 세력 다툼은 남북 평화의 걸림돌이 되어 민족의 통일을 가로막고 있다.
판문점의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잠시 보이던 평화의 그림자는 다시 냉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남북 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거친 언사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평화로 가는 길에 장애가 되고 있다.
남북 화해와 공존의 길은 여전히 멀어 비록 좁고 험해도 우리는 서로 배려하며 평화의 길로 가야 한다. 70년 전,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아들로 삼고, 다가올 죽음을 피하지 않으며 순교의 면류관을 받아든 손양원 목사의 삶이 이 험난한 평화의 길을 열어야 하는 우리에게 그 해답을 제시한다. 분단의 갈등을 넘어서는 화해의 문은 용서와 사랑, 순교정신으로만 열 수 있다.
이에 한국교회총연합은 6.25 한국전쟁과 손양원 목사 순교 70주년을 맞이하여 다음과 같이 성명한다.
1. 우리는 인간이 탐욕으로 전쟁을 일으켜 이웃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훼손하였으나, 오직 평화는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과 자비하심과 은총의 선물임을 믿는다.
2. 정부는 휴전 상태를 종식하고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주변국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정착의 대로를 평탄하게 하라.
3. 여야 정당은 오직 민족의 공존과 국익을 위해 민족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해 온 것을 반성하고, 신뢰회복으로 교류와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라.
4.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은 자국의 이익에 편승한 한반도의 영구분단 정책을 내려놓고 분단된 민족, 분열된 가족의 교류를 보장하라.
5. 한국교회는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무력과 대결을 통한 적대시 정책을 거부하며, 평화의 길을 열어가는데 헌신할 것이다.
6. 한국교회는 다음세대를 통일세대로 키워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선도하는 민족의 과제를 수행하는데 힘쓸 것이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