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버릇을 고치겠다며 폭행을 한 아버지가 재판에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김재영)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53)에게 1심과 같이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3월 14일 딸이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뺨을 2~3차례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린 혐의를 받는다. 그해 7월에는 딸이 외갓집과 연락했다는 이유로 폭행했다.
A씨는 딸이 잦은 외박을 하고 버릇없이 대들어 훈육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법 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폭행이 법질서나 사회통념에 비춰 볼 때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부모의 체벌이 훈육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편이다. 체벌이 아동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한 수준에 이른다면 아동 학대 혐의로 기소될 수도 있다. 춘천지법은 최근 중학생 친딸에게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가라며 폭행과 폭언을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기소된 아버지 B씨(55)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법무부는 민법의 부모 징계권 조항을 수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해당 조항이 수정되어도 당장 형사소송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서울 지역의 한 변호사는 “누가 봐도 상식에 반하는 체벌이면 처벌 받는 것이고, 가벼운 꿀밤 한대 정도 라면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