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로퀸’ 국내서도 임상 중단… ‘덱사메타손’ 새롭게 주목

입력 2020-06-17 16:06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시험이 국내에서도 중단됐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계열 의약품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임상시험을 모두 중단했다. 두 병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자 임상시험을 승인받아 진행해왔다. 실제 서울아산병원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등을 코로나19 환자에 투여해 어떤 치료제가 더 효과적인지 비교하는 방식의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임상시험 중단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클로로퀸 계열 약물이 코로나19 환자에게 심장 합병증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면서 사용 주의를 권고한 뒤 사용 승인을 취소했다.

반면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 중증환자 사망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염증을 억제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부신피질호르몬제(코르티코스테로이드)로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장점까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건강정보사이트 ‘메드라인플러스’ 등에 따르면 덱사메타손은 각종 알레르기, 습진, 관절염, 대장염, 천식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덱사메타손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시험해본 결과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는 환자의 사망위험은 28~40%, 기타 산소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위험은 20~2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덱사메타손은 1957년 개발돼 이듬해 미국 FDA의 사용승인을 받은 약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옥스퍼드대 연구팀 마틴 랜드레이 교수는 BBC방송에서 “최대 10일간 덱사메타손을 사용하는 코로나19 치료에 환자당 5파운드(7634원)가 든다”고 소개했다.

다만 함부로 덱사메타손을 쓰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다. 덱사메타손과 같은 염증억제 스테로이드제가 코로나19 환자에게 면역 과잉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위염, 구토, 두통, 어지러움증 등의 부작용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방역대책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의학 전문가들은 덱사메타손이 면역을 떨어뜨려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